30년 야구인 외길 인생 “심판, 항상 공부하고 스스로 권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야구는 내게 있어 생활 그 자체입니다.”
7일 광주 팀업캠퍼스에서 진행 중인 ‘2020 독립야구단 경기도리그’의 기록원으로 나서 선수들의 투구 하나, 타격 하나도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기록하고 있는 최말례(60ㆍ여) 기록원을 만났다. 최씨는 “내 인생과도 같은 야구, 그 자체만으로도 좋아요. 야구는 그냥 나의 삶”이라고 말했다.
국내 첫 여성 사회인야구 심판위원장 겸 기록원인 최씨는 어릴 때부터 스포츠에 관심이 많았다. 야구를 좋아한 오빠와 함께 경기장을 방문한 것이 ‘야구사랑’의 시작이었다.
이후 최씨는 고교 졸업 후 부산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그만두고 상경한 뒤 당시 야구를 함께 좋아했던 친구의 권유로 1992년부터 야구 기록원을 시작했다. KBS 라디오 야구기록원으로도 활동한 그는 한국야구위원회(KBO) 심판학교를 수료하고, 소프트볼을 거쳐 사회인야구 심판까지 맡으면서 어느덧 경력 30년차를 맞았다.
최씨는 “야구를 취미로만 좋아하려 했지, 직업으로는 절대 삼지 않으려 했다. 당시 집에서도 ‘야구가 혼삿길을 막는다’며 힘들게 모은 야구잡지들을 내다 버릴 정도로 반대가 심했지만, 야구에 대한 사랑은 점점 커져만갔다. 시간만 되면 장소가 어디든 야구장을 직접 찾아다니는 일을 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그는 사회인 리그에서 여성이 심판 또는 기록원을 전업으로 삼기엔 보수가 터무니 없이 적고, 취미로 하기엔 힘들다고 토로했다.
최씨는 “심판은 여자가 하기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여성 심판들이 전국에 몇명 있는 것으로 알지만 체력적인 한계 때문에 하나 둘 씩 포기하는 실정”이라며 “그래도 한다면 여자라는 생각은 버리고 죽을 각오로 해야 한다. 야구 공부도 많이 해야 정확한 판정을 내릴 수 있다. 체력적으로 뒤져서도 안 된다”며 30년간 야구 일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을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사회인 야구리그에서 심판들이 스스로 권위를 만들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매 경기 일관성 있는 판정을 위해 심판 스스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 심판 권위는 열심히 하면 자연스럽게 주변에서 세워주는 것이다. 개인 발전에 늘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씨는 “언제까지 심판과 기록원 일을 할지 모르지만 야구장에서 만나면 반가운 사람, 일관성 있는 판정으로 계속 인정받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경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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