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교차점에서의 쉼

‘추석(秋夕)’하면 어떤 장면이 떠 올려 지나요? 라는 질문을 받았다. 필자는 모태신앙인이다. 그래서 세시풍속인 차례를 지내는 것을 본적이 없고 할머니와 송편을 빚으며 친척들 맞을 준비를 했었다.

결혼은 나의 위치와 자리를 달라지게 했다. 시댁은 종교가 없다. 아버님께서 차남이라 차례도 지내지 않으신다. 그 대신 가족들이 모여 조촐하게 먹을 음식을 준비한다. 조촐하다지만 준비하는 손길은 분주하다. 추석에 얽힌 여러 가지 추억들을 소환해 냈다. 많이도 달라졌다. 올해는 더 추석 같지 않은 추석이 될 것 같다. 코로나로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지 않는다. 미래에 추석의 문화로 자리 잡을 수도 있겠다.

공간 속에 시간이 머물러 있다는 드라마 대사가 떠오른다. 그러면서 ‘추석(秋夕)’을 놓고 세상에 없는 정답을 찾아내려고 더 많은 생각들이 교차(交叉)한다.

달이 유난히 밝아 좋은 명절이라는 추석이다. 가족들이 다른 자리에서 보던 저녁달을 한자리에서 함께 바라 볼 수 있는 만남의 명분이 될 수 있는 추석이 역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매년 가을 달빛을 함께 즐길 수 있길 소망해본다.

마스크를 벗는 평범한 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나의 길을 걸어갈 수 있다면 고통은 나만 받아도 된다. 사소한 것조차 일상이 되지 못하게 하는 코로나19이지만 그 덕분에 잊고 살았던 평범함이 감사하다.

이 세상에서 나를 보고, 알고, 이해하며, 사랑하는 일이 가장 어렵다. 나의 어려움을 남의 탓으로 돌려야 편안해 지나? 잘 못 된 경험이 이미 과거의 경험이 돼 버렸다. 그런데도 그 잘못된 경험으로 인해 사람과의 관계나 일에 있어 많이 고통스럽다. 경험적 고통으로 다른 사람을 의심하며 불신한다. 사람의 관계를 개선할 수는 있다. 하지만 반복되는 나의 삶은 피폐해져 간다. 이를 깨닫기까지 많은 길을 돌아왔다.

“현대인은 정신병자”다. 이런 생각을 하니 이번 추석만큼은 또 다른 나를 기획해 봐야겠다.

이제는 코로나19 등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 속에 미래를 생각하는 인구정책에 출산(出産), 출생(出生)을 위해 조금의 쉼이 필요하다. 다시 원점에서 더 높이 더 멀리 바라보길 원하는 것이다.

지금은 정신과 육체 둘 다 여유가 필요한 때다. 함께할 수 있는 힘 그리고 함께 극복할 수 있는 정신이 강조돼야 한다. 사회나 국가가 힘들 때 함께 선두에 나설 수 있는 힘이 용기요, 우리의 출발점이 아닐까?

김양옥 한국출산행복진흥원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