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계와 보훈단체 등이 인천 자유공원의 더글러스 맥아더(Douglas MacArthur) 장군 동상과 함께 있는 필리핀상륙작전 재현 조각 벽화(본보 9월 14·15일자 1면)의 전면 교체와, 인천상륙작전에 대한 전반적인 역사 재검증을 요구하고 나섰다.
15일 역사학계 등에 따르면 맥아더 장군이 참모들과 해안가로 걸어서 상륙하는 장면의 조각 벽화는 필리핀상륙작전 장면을 재현한 사진을 본뜬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천상륙적전의 정체성을 확고히하고, 더 이상의 역사 오류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벽화 교체 등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역사학계와 보훈단체를 중심으로 높아지고 있다.
보훈단체는 조각 벽화를 당장 교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진택 해병대 전우회 인천시연합회장은 “인천상륙작전을 기념하는 공간에 필리핀상륙작전 장면을 담은 조각 벽화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해병대 전우회 중앙회와 논의해 시에 항의하고, 반드시 조각 벽화를 철거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일부 전문가는 방문객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인천시가 정부기관과 협의해 벽화 교체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재검증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영조 국방부 군사편찬위원회 전쟁사부장은 “자유공원의 필리핀상륙작전 벽화와 같은 역사적으로 오류가 있는 현충시설은 국가보훈처와 논의해 수정해야한다”고 했다.
유동현 인천시립박물관장은 “잘못된 조각 벽화 대신 자유공원의 역사성을 설명하는 글 등 다른 기념물로 대체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인천상륙작전을 단편적으로만 봐왔기 때문에 재조명해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며 “보안이 해제되는 미국 내 문서들도 있기 때문에 최근 제기되는 다양한 문제들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그동안 한번도 다뤄진 적 없는 인천상륙작전 당시의 인천시민의 삶을 조명해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우성 인천향토사학자는 “(이번 일을 계기로)인천상륙작전의 의미를 되새기고, 그동안 제대로 조명되지 못했던 인천시민의 전쟁 당시를 조명할 수 있는 작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인천상륙작전은 인천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데 큰 역할을 한 역사적 사건인 만큼 시민의 삶과 밀접한 역사적 고증이 필요하다”고 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인천상륙작전 조각 벽화 고증 및 대책을 두고 국가보훈처, 중구 등과 논의중”이라고 했다. 다만 “조각 벽화를 교체·수정하기까지 들어가는 비용 등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조윤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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