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천 상륙 아니라 필리핀 상륙이었나...‘자유공원 조각’ 60년만에 왜곡 논란

60여년만에 제기된 논란이 있다. 인천 자유공원 내 기념 조각의 왜곡 여부다. 인천상륙작전을 기념하는 대표적 공간이다.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 동상이 있다. 그 옆에 큼직한 조각 벽화가 있다. 맥아더 장군이 장병들과 함께 진군하는 장면이다. 인천상륙의 상징적 모습으로 여겨져 왔다. 이 조각의 내용이 왜곡됐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다른 나라에서 기념하는 전쟁 장면을 모사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본보가 단독 보도한 내용이다.

벽화에서 맥아더 장군과 장병들은 바다속에 있다. 무릎까지 찬물을 헤치고 나아가는 모습이다. 이 모습이 허구라는 주장이다. 당시 맥아더 장군은 기함에서 지휘했다. 인천이 점령된 뒤에도 바닷물을 밟지 않고 들어왔다고 전해진다. 혹자는 전쟁 중 한 장면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이 모습이 6ㆍ25전쟁이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필리핀상륙작전의 상징적 장면이라는 주장이다.

2차 세계대전사에 남는 사진 한 장이 있다. 필리핀 상륙작전을 기념하는 사진이다. 사진 기자가 맥아더와 연출해 촬영했다. 배경은 필리핀 레이테섬 해안이다. 필리핀에서는 이 장면이 담긴 기념주화까지 발행했다. 2015년 필리핀상륙작전 70주년을 기념해서다. 이 모습이 인천상륙작전으로 바뀌어 자유공원에 조각됐다는 것이다. 이상호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학예연구원도 “조각 속 장면은 레이테섬 상륙 장면이 맞다”고 평했다.

이 조각은 지금껏 인천상륙작전의 상징이었다. 누구나 6ㆍ25 당시 장면이라 믿었다. 1984년 인천 연수구에 인천상륙작전 기념관이 건립됐다. 여기에도 이 조각을 기초로 만든 조각이 자리했다. 이 조각의 사진이 등장하는 책자들은 수없이 많다. 이게 지금 와서 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필리핀이 기념하는 사진을 베꼈다는 것이다. 당장 인천시민이 불편하다. ‘필리핀 전쟁장면을 인천의 자랑으로 여겼다는 거냐’고 말한다.

도대체 고증이라는 작업이 있기는 했던 걸까. 미국 워싱턴에 한국전에 참전한 미군을 기리는 공원이 있다. 19명의 미군 병사들이 작전하는 모습이다. 완전군장에 판초우의까지 6ㆍ25의 계절적 상황까지 정확히 고증하고 있다. 여기엔 철저한 과정이 있었다. 결정부터 준공까지 9년이나 걸렸다. 1천800만 달러를 들었다. 조각상 심사는 전원 한국전 참전 용사들이 했다. 이런 고증을 거친 뒤 펜실베이니아 대학 건축팀이 만든 것이다.

우리에게 인천상륙작전 자료는 많다. 얼마든지 우리만의 상징물을 만들 수 있다. 지금 우선 필요한 건 객관적 평가와 공식적 결론이다. 자유공원 상륙작전 조각 내용이 어느 나라 전쟁인지 평가해야 한다. 혹여 필리핀상륙작전이 맞다면, 더는 대한민국 국민이 묵념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중요한 일이다. 또 하나의 역사 바로잡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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