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 위기에서 길을 묻다

1942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국은 북아프리카의 패권을 두고 나치 독일, 이탈리아와 치열한 전투를 벌인다. 우리에게 지상 최대의 전차전으로 잘 알려진 ‘엘 알라메인 전투’는 치열한 공방 끝에 연합국의 승리로 끝나며 제2차 세계대전 승패의 저울이 기우는 분수령이 된다. 당시 영국의 수상인 윈스턴 처칠은 전투에서 승리한 뒤 “지금 이 순간은 끝이 아닙니다. ‘끝의 시작’도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 이 순간은 ‘시작의 끝’일 것입니다”라고 연설했다. 그렇다. 슬프게도 우리는 코로나와의 긴 사투에서 ‘시작의 끝’에 서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 시점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역사상 지금까지 출현했던 흑사병과 콜레라 등 전염병과는 아주 다른 예측 불가한 양상을 보이면서 전 세계인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진행 중인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성공한다 하더라도 코로나와의 전쟁, 또 다른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시작에 불과하다. 세계적인 석학들과 미래학자들은 인류의 미래가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다양한 전망과 지향점들을 쏟아 내고 있다.

지난 4월1일 모든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됐다. 코로나의 세계적인 팬데믹 상황에서 국가직으로 일원화된 소방은 의심환자와 확진자 격리 이송단계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등 1차 대응단계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감염보호복을 착용한 전국 1만 명의 구급대원이 하루 평균 수백 내지 수천 여건의 코로나 19 의심환자 및 확진자 이송을 위해 사이렌을 울리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내ㆍ외국인 이송과 임시생활시설에 대한 소방력 지원, 학교 내 유증상자에 대한 선별진료소 이송 등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금껏 해보지 않았던 다양한 업무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차분하고 꼼꼼하게 포스트 코로나 이후를 준비해야 할 때이다. 그동안 긴박한 사태 속 정신없이 코로나 대응에만 몰두했다면 이제는 장기화하는 코로나 위기에서 소방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길을 물어야 할 때인 것이다.

코로나19 극복의 시점은 언제일지 아직 불투명하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그 어느 때보다 일치단결해 국난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위기에서 빛을 발하는 우리 국민과 의료진, 각 부처 방역 관계자들의 노력을 통해 방역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가 됐으며 이른바 K 방역은 세계의 표준이 됐다. 우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계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끊임없이 묻고 길을 찾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서두의 엘 알라메인 승리 후 처칠 연설의 마지막을 인용하며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이번 승리는 전 세계에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다”. 판도라의 상자에는 아직 희망이 남아 있음을 잊지 말고 국민 모두가 다 함께 힘을 합쳐 코로나의 전쟁에서 승리하길 희망해 본다.

홍장표 의왕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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