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이재영’ 쌍포 의존에 발목 잡힌 흥국생명 “팀 재정비 나선다”

레프트 공격 쏠림현상 타팀 수비 표적...공격 다변화 필요

여자 프로배구 KOVO컵 대회서 충격의 결승전 패배로 준우승에 머문 인천 흥국생명이 팀 재정비에 돌입했다.

흥국생명은 지난 5일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벌어진 ‘2020 제천·MG새마을금고컵(KOVO컵)’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결승전서 예상을 뒤엎고 GS칼텍스에 세트 스코어 0대3으로 완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11년 만에 국내로 복귀한 ‘여제’ 김연경과 ‘국가대표 쌍둥이’ 이재영ㆍ다영 자매의 활약에 흥국생명은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 ‘흥벤져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조별 리그부터 조 순위 결정전, 그리고 준결승까지 압도적인 실력을 과시하며 4경기 연속 무실세트 승리를 거두며 결승에 진출했다.

최강 전력을 앞세워 10년 만의 컵대회 우승을 노렸던 흥국생명이었지만, GS칼텍스와의 결승전서 맥없이 무너졌다.

흥국생명은 강소휘와 안혜진 등을 앞세운 GS칼텍스의 파상 공세에 리시브가 흔들렸다. 외국인 선수 루시아 프레스코가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팀 패배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은 흥국생명이 레프트서 유독 공격 점유율이 높다는 점을 분석했고, 이에 따라 GS칼텍스는 이재영에게 집중적인 목적타 서브를 넣었다. 그리고, 김연경과 이재영이 뛰어오를 때마다 V리그 최장신 선수인 메레타 러츠(206㎝)와 문명화(189㎝) 등 장신 블로커들을 앞세워 상대 주 공격루트를 원천 봉쇄했다.

김연경은 경기 내내 상대 집중 견제에 막혔고, 이재영도 저조한 컨디션을 보인 탓에 흥국생명은 단 한 세트도 얻지 못하고 GS칼텍스에 패하며 경기를 마쳤다. 모든 배구 관계자들과 팬들의 예상을 빗나가게 한 결과였다.

결과적으로 국가대표 ‘쌍포’인 김연경과 이재영에 대한 박미희 감독의 굳건한 믿음이 오히려 독으로 돌아온 경기였다.

이에 흥국생명은 이번 컵대회를 통해 수비 조직력 강화는 물론, 다양한 선수들을 활용하는 공격 옵션에 대한 숙제를 떠안게 됐다.

박미희 감독은 “보완점이 정말 많다. 경기를 놓쳐 너무 아쉽지만, 이 아쉬움이 좋은 약이 됐으면 한다”면서 “시간이 많지 않다. 정규 시즌이 한 달 정도 남았는데 오늘 패배가 헛되지 않도록 시즌 준비를 잘하겠다”고 밝혔다.

단 한번의 패배로 얻은 교훈을 거울 삼아 팀을 재정비해 정규리그 우승 탈환을 위한 행보를 시작하겠다는 다짐이다.

김경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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