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강산‘산山 내川 들野’나들이] 굽이굽이 강줄기 따라… 시간과 자연이 빚은 예술

화산·하천지형 공존, 지질학적 가치 세계도 인정…주상절리·비둘기낭폭포·구라이골 등 탐승객 발길
50만년 세월 깃든… 1.5km 현무암협곡지대 감탄

포천

‘숲길 짙어 이끼 푸르고 / 나무 사이 사이 강물이 희여...’ 시인 신석정(辛夕汀) 선생의 시(詩) 산수도(山水圖)의 첫 구절이다. 이 산수도의 마지막은 ‘푸른 산 푸른 산이 천년만 가리 / 강물이 흘러 흘러 만년만 가리’로 매듭지어 진다. 언제 읽어도, 수백 번을 읽어도 눈에는 아름다운 산하(山河)가 그려진다. 무한의 시간을 읽고 무한의 시간을 상상해 볼 수 있는 즐거움까지 갖게 해 주는 명시다. 긴 장마가 이어진 여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은 ‘포천 한탄강’을 탐승했다. 돌아 오는 길에서는 ‘한탄강이 임진강을 만나고 예성강도 만나 한강의 일원이 되어 서해바다로 흘러 들어 가는 것만이 아니라 세계로,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음’도 알게 되었다. 북한의 강원도 평강군에서 시작된 한탄강이 지난 7월10일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유네스코(UNESCO)본부 제209차 집행위원회에서 ‘세계지질공원’으로 최종 인증이 되었다. 

대교천 현무암 협곡이 절경을 이루고 있다.

한탄강, 용암이 빚은 예술품… 지질학적 가치를 국제적으로 인정받다

국가지질공원은 우리나라 자연공원법에 의해 정해져 있다. 국가지질공원은 지구과학적으로 중요하고 경관이 뛰어 난 지역으로 국가가 인증한 공원을 말한다. 지질공원의 핵심은 단순히 지질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사람중심의 활동에도 그 비중을 크게 두고 있다. 지질유산을 보전하고 교육과 관광에도 활용하여 지역의 경제적 이익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대교천 현무암 협곡이 절경을 이루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울릉도독도 국가지질공원’을 위시하여 13개 지역이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 받았다. 이 들 중, 제주도(2010년)와 경북 청송(2017년) 그리고 광주 전남 무등산권(2018년)의 3개 국가지질공원은 이미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았다. 이번에는 포천권역과 연천권역, 강원도 철원권역의 한탄강이 4번째로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이 된 것이다. 세계지질공원은 국제적인 지질학적 가치를 지닌 명소를 보호와 함께 교육과 관광을 연결해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을 도모시키기 위한 유네스코의 프로그램이다. 세계유산, 생물권보전지역과 함께 유네스코 3대 보호제도 중의 하나로 지역이 보유한 지질학적 가치를 국제적으로 인정 받은 것이며, 한탄강 세계지질공원은 ‘세계적인 지질생태 관광지구로 크게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평가받은 셈이다.

대교천 현무암 협곡이 절경을 이루고 있다.

각양각색의 독특한 지질학적 특성… 화산하천지형의 공존과 아름다운 조화

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은 경기도 포천과 연천, 강원도 철원을 포함한 넓이 1천165.61㎢ 지역에 해당하며 그 중 포천시 한탄강 유역이 가장 큰 면적(493.24㎢)을 차지한다. 강을 중심으로 형성된 한탄강 지질공원은 화산지형과 하천지형의 특징이 함께 공존하면서 독특하고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약 50만 년에서 13만 년 전 사이 북한의 추가령(楸哥嶺) 구조곡에 위치한 오리산과 680m 고지에서 수차례 분출한 용암이 남쪽으로 흘러 광활한 용암대지를 만들었고 그 위를 흘러 내리고 있는 강이 한탄강이다. 한탄강은 현무암 절리를 침식, 30~40m 높이의 수직 주상절리협곡을 형성시켰다. 주상절리는 ‘기둥모양의 돌틈’이란 뜻으로 암석이나 지층에서 나타나는 기둥모양의 평행한 틈(절리)이다. 주로 용암이 분출되어 굳어진 화산암지역에서 많이 나타나는 현상으로, 뜨거운 용암이 분출하여 식을 때 부피가 줄어들면서 만들어 진다. 일반적으로 단면이 6각형 모양을 이루며 용암이 식는 환경에 따라 4~8각형의 모양을 이루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와 동해 해안에서 잘 형성된 것을 볼 수 있다. 내륙에는 한탄강이 대표적인 주상절리지역이다. 절리는 형태에 따라 주상절리 외에 땅과 수평을 이루는 판상절리, 부채꼴 모양의 방사선절리도 있다. 하식동굴은 하천의 흐름에 의해 만들어지는 동굴로서 절리나 침식에 약한 부분이 흐르는 물에 깎여 나가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한탄강의 대표적인 절경의 한 곳인 비둘기낭폭포의 하식동굴은 한탄강 중에서 가장 큰 규모이며 침식이 계속 이루어지면서 동굴이 더 커지고 있다. 북한의 강원도 평강군 장암산(長岩山, 1천52m) 남쪽 계곡에서 발원하여 남쪽으로 흘러내리는 한탄강은 휴전선을 넘어 철원군과 포천시를 차례로 지나며 134.5㎞를 흘러 임진강과 만난다. 한탄강은 625전쟁으로 ‘한탄하며 죽었다’고 하여 ‘한탄강’이라는 이름이 되었다는 말이 있지만, 한탄강(漢灘江)의 원래 명칭은 ‘크다’는 한(漢)과 여울이라는 뜻, 탄(灘)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한탄강 세계지질공원에 포함된 26개 지질명소 중 포천 한탄강 지질공원에는 10개의 지질명소가 인증되어 있다. 비둘기낭 폭포를 위시하여 화적연, 포천 아우라지 베개용암, 포천 아트밸리, 대교천 현무암 협곡, 지장산 응회암, 교동 가마소, 멍우리 협곡, 구라이골, 백운계곡과 단층 등이 포천권역의 10개 지질명소다. 이밖에 연천 전곡리 유적토층과 재인폭포, 철원 용암대지 등 26곳 지질명소는 모두가 다 각양각색의 독특한 지질학적 특성으로 수많은 탐승객들의 눈길을 끌며 사랑을 받고 있다.

비둘기낭폭포

높이 50m 한탄강 하늘다리를 건너며 한탄강주상절리 협곡의 웅장함과 아찔함을 느껴본다

한탄강 세계지질공원의 지질명소 모두를 둘러 보자면, 적어도 세 차례 이상의 일정을 잡아야만 하겠다. 우선 포천권역부터 도상(圖上)나들이에 들어가 본다. 포천 한탄강의 주상절리길 안내자료와 지도를 펼치면 한탄강 지질관광의 거점, 포천권역에서는 맨 먼저 ‘대교천 현무암 협곡’이 나온다. 2004년 천연기념물 제436호로 지정된 이 협곡은 한탄강에서도 대표적인 현무암협곡지대다. 협곡의 총길이 약 1.5㎞, 높이는 20~30m로, 부채모양으로 형성된 방사선절리가 관찰된다. 그 다음, ‘교동가마소’는 관인면 중리 교동마을에 있는 현무암지대로 협곡의 모양이 ‘가마솥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교동가마소에는 궁예가 옥가마를 타고 와서 목욕을 했다는 소(沼)와 폭포소가 있다. 용(龍)이 놀았다는 용소도 있는데, 용이 놀았다는 것은 ‘믿거나 말거나’다. ‘구라이골과 운산리자연생태공원’의 ‘구라이골’은 ‘굴과 바위’의 합성어로 ‘굴바위’라고도 불린다. 한탄강지류에 형성된 소규모 현무암 협곡이지만, 하천에 의한 다양한 침식지형인 하식애와 하식동굴을 관찰할 수가 있는 곳이다. 이동면 도평리의 약 10㎞에 달하는 ‘백운계곡과 단층’은 중생대 쥐라기 화강암의 구조운동(단층)으로 생성된 다양한 지질학적 구조를 관찰할 수가 있다. 선유담을 위시하여 많은 못(沼)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경관이 매우 뛰어 나다. 계곡주변의 도평리마을은 ‘이동갈비’와 ‘이동막걸리’의 본거지로 유명한 관광지다.

구라이골

한탄강지질공원센터, 50만년의 세월이 담긴 한탄강 한눈에

포천시(시장 박윤국)는 지난해 4월 국내 최초의 지질공원전문 박물관인 ‘한탄강지질공원센터’를 개관했다. 한탄강의 지질, 역사, 생태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 이 센터의 ‘용암이 만든 강, 지질관’에는 한탄강의 용암이 분출하기 이전, 지층을 이루었던 화강암부터 한탄강의 형성과정과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현무암, 주상절리, 용암대지, 베개용암 등 한탄강의 지질학적 특징이 전시되어 있다. ‘삶이 흐르는 강, 지질문화관’에서는 드넓은 용암대지와 한탄강 협곡에서 인류의 역사가 시작되는 구석기시대부터 조선시대 최고의 유람지였던 한탄강과 ‘영평팔경’까지 한탄강의 문화를 체험할 수가 있다. 또 다른 한 공간, ‘다시 태어난 강 지질공원관’에는 현재 한탄강과 함께하는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지질공원제도와 한탄강 지질공원의 명소들도 소개되어 있다. ‘지질생태체험관’에서는 어린이들이 한탄강의 지질과 생태를 놀이로 배우며 체험할 수 있고 ‘협곡탈출 4D라이딩 영상관’에서는 한탄강 레프팅을 실제로 체험한 기분을 갖게 해 준다.

교동가마소

경기도의 자랑이자 소중한 자산인 한탄강세계지질공원은 4년 주기로 재인증을 거쳐야 하는 만큼 당국자나 기관만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아끼고 사랑하며 잘 보존해야겠다. 아울러 대한민국 최고의 생태관광명소를 넘어 세계적인 지질생태관광지로 도약할 수 있도록 관계자와 탐승객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야만 하겠다.

글=우촌 박재곤/사진=포천시 관광산업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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