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
김민중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빠는 국을 먹을 때마다 웁니다.
외할머니 돌아가시고
엄마는 국을 끓일 때마다 웁니다.
할머니들이
국에 엄청 매운 걸 넣었나 봅니다.
누군가를 그리워할 사람이 있는 이는 행복한 사람이다. 길을 가다가 문득, 음악을 듣다가 문득, 음식을 먹다가 문득...반대로 누군가에게 그리움의 대상이 되는 이 역시 행복한 사람이다. 그 많은 사람 속에서 자기를 기억해 준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말이다. 인간은 기억의 동물로 평생을 산다. 누군가를 잊지 못하며 산다. 이 동시는 ‘국-어머니-눈물’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아빠는 국을 먹을 때마다 할머니를 생각하고, 엄마는 국을 끓일 때마다 외할머니를 생각한다. 그러니 결국 두 사람은 자기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있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할머니들이/국에 엄청 매운 것을 넣었나 봅니다.’ 하는 마지막 구절이다.
시인은 어머니의 지극한 사랑을 ‘엄청 매운 것’으로 표현했다. 엄청 맵기 때문에 눈물이 난다고 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어떤 인연으로든 만났으면 엄청 매운 것을 넣어주는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 부모와 자식 간에는 말할 것도 없고, 스승과 제자 간에도, 친구 간에도, 이웃 간에도...그러다가 우는 사람만 쏟아져 나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눈물은 많을수록 좋다고 본다. 눈물은 사람을 정화하고 세상을 청결하게 해준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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