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휩쓸고 간 자리 ‘적막’…연휴 맞은 번화가 ‘북적북적’

17일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하는 가운데 확진자가 나온 지역은 인적이 드문 반면, 연휴를 맞은 번화가는 여전히 북적이고 있다. 왼쪽은 최근 집단감염이 발생한 고양 반석교회 인근의 텅 빈 식당, 오른쪽은 인파가 몰린 수원의 한 영화관. 장희준기자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재확산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기지역 곳곳의 방역 분위기가 극명한 온도차를 보였다. 확진자 발생 지역은 바짝 긴장한 모습인 반면, 번화가에선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추가 확산이 우려됐다.

17일 오전 용인 처인구에 위치한 우리제일교회. 이날까지 128명에 달하는 집단감염이 발생한 이 교회 일대는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긴 모습이었다. 날씨는 화창했지만 야외활동에 나선 이들을 찾아보기 어려웠고 주변 식당, 상점 등은 아예 문을 걸어 잠그기까지 했다. 교회에서 불과 200여m 떨어진 솔뫼마을현대홈타운 아파트(382세대)도 순찰 중인 경비 외에는 인적이 없어 코로나19의 여파를 고스란히 실감케 했다.

교회 집단감염이 터진 고양도 상황은 마찬가지. 이달 초 최초 확진자가 나온 데 이어 15일 각각 2명씩 추가 확진자가 발생한 기쁨153교회와 반석교회 주변엔 무거운 적막감이 감돌았다. 기쁨153교회 옆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강미영씨(60)는 “확진자가 나온 뒤 찾아온 손님이 열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라며 “동네 주민들마저 교회 방면 골목길을 피해 다닌다”고 토로했다.

17일 오전 성남의 한 영화관에서 대부분의 이용객이 거리두기 수칙을 지키지 않고 있다. 장희준기자

반면 경기지역 곳곳의 번화가는 연휴 마지막 날을 만끽하기 위한 인파가 몰렸지만 방역수칙을 새까맣게 잊어버린 모습이었다. 이날 오후 성남ㆍ수원ㆍ용인 등 영화관은 최신영화 개봉과 연휴가 맞물려 50~70%의 예매율을 보였다. 거리두기를 위해 한 자리씩 띄워 앉아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각 상영관의 예매율이 50%를 넘겼다는 사실은 거리두기 수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모습을 그대로 반영했다.

경기지역 영화관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에 따라 마스크 착용은 물론 최소 1~2m의 거리두기를 준수해야 한다. 창문 하나 없이 꽉 막힌 밀폐공간인 데다 좌석마저 밀집된 구조이기 때문이다.

상영시간이 10분여 앞으로 다가오자 성남 A 영화관 매점 앞은 간식거리를 사려는 줄로 가득 채워졌다. 가족, 연인과 영화를 보러 나온 이들은 마스크를 턱까지 내린 채 대화를 이어갔고 다음 영화를 기다리는 관람객도 대기공간에 다닥다닥 붙어 앉았다. 심지어 부모들은 어린 자녀가 마스크를 벗은 채 이곳저곳 돌아다녀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같은 시각 수원 B 영화관 역시 감염 불감증에 빠져 있었다. 인파를 따라 상영관으로 들어가자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마스크를 벗었고 일행과 함께 줄줄이 착석했다. 이곳에서도 거리두기 수칙이 지켜지지 않았지만, 별도로 안내하는 직원들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한편 경기도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에 따라 영화관 등 8개 다중이용시설을 방역수칙 의무화 대상에 추가하고 일일점검에 나서고 있다. 또 방역수칙 위반시설에 대해 벌금 등 강력한 조치를 내릴 방침이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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