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단상]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제 이름 찾다

군포시는 길 위의 도시다. 말 그대로 여러 길이 통과한다. 역사적, 지정학적으로 그만큼 교통의 요지라는 뜻이다.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경기도 구리와 과천에 이어 3번째로 면적이 작고 인구가 채 30만이 안 되는 군포지만 지하철만 해도 2개 노선에 6개역이 정차한다.

특히 수도권 대중교통 인프라의 초미의 관심사인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C노선의 금정역 정차가 확정되어 있다. GTX-C노선이 개통되면 수도권 내 만성적인 교통체증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군포시에는 또한 국도 1호선과 47번이 통과하며, 고속도로만 해도 4개 노선이 지나가고 있다. 영동고속도로, 서해안고속도로, 수원광명간고속도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다. 그중에서도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는 군포의 산본IC를 통해 서울의 주요 지점과 연계되는 것은 물론이고, 인천과 부천, 성남, 경기북부권까지 쉽게 연계하여 갈 수 있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는 1988년 판교~구리 고속도로로 지정하여 착공된 이후 1991년 7월 퇴계원까지 종점이 연장되며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란 명칭이 붙었다. 이어 2007년 의정부~송추 구간이 완공되면서 고속국도 100호선인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가 완성되었다.

하지만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는 자칫 명칭만 보면 서울의 외곽을 순환하는 도로로 생각할 수 있지만, 실상 전체구간 128㎞ 중 90% 이상이 경기도를 지나고 있다. 그럼에도, 경기도가 서울의 변두리로 인식될 수 있는 이 명칭이 29년간이나 사용돼왔다.

도로 명칭 하나가 그리 중요하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경기도는 대한민국의 중심이지 결코 서울의 변두리나 외곽이 아니란 점에서, 또한 전 구간의 상당 부분이 경기도를 지나고 있다는 점에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라는 명칭은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제기돼왔다.

다행히 경기도의 건의를 토대로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 각 지자체의 협조로 국토교통부 도로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오는 9월부터는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명칭이 정식으로 사용되고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명칭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뒤늦은 측면이 있지만, 이제라도 제대로 된 명칭을 사용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번 명칭 변경을 계기로 우리가 생각해볼 점이 있다. 도로 명칭을 정하거나 변경할 때 인근 지자체나 사회단체, 관련 기관, 시민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서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고속도로 명칭의 경우는 더욱 그럴 것이다.

이번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명칭 개정도 3개의 광역자치단체와 20개의 기초자치단체가 동의해 가능했던 것이다. 명칭 개정에 동의해준 지자체들에 감사의 뜻을 표한다. 특히 서울시에는 더욱 깊은 감사를 표한다. 또한 명칭 개정도 중요하지만, 개정에 이르기까지 관련 지자체들이 충분한 시간을 두고 협의하고 결국 합의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지자체 간 협치의 모범사례로 꼽힐 만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지역 간 경계를 넘나드는 사업의 명칭을 정할 때도 지자체들 간의 숙의와 협치의 정신이 발휘되기를 기대해본다. 지자체 간의 협치는 지역 주민들 간의 소통과 화합으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번 명칭 개정이 단순히 서울 변두리로 여겨질 수 있는 명칭이 개정됐다는 의미를 넘어,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가 지나는 경기도를 비롯한 서울시의 20개 자치단체가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명실상부한 수도권 핵심지역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한대희 군포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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