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경기도 박물관ㆍ미술관 다시보기_인터뷰] 표문송 관장

“용인 경기도어린이박물관 음악 특화... 북부어린이박물관 미디어아트 중점”

8월 초, 문체부에서 전국 227개 국공립박물관을 평가했는데,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이 ‘설립 목적의 달성도’ 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100점을 받아 전국 최우수 박물관으로 선정됐다. 표문송 관장은 요즘 몹시 바쁘다. 오는 9월에 개관할 예정인 동두천 소재의 ‘경기북부어린이박물관’의 관장도 맡고 있어 사흘은 용인, 이틀은 동두천에 있다.

“내년이면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이 10주년을 맞는다. 모든 면에서 가장 앞섰던 곳이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박물관이 어린이 박물관 중에서 가장 오래됐다. 지난 10년 동안 디지털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이 일어났다. 그 사이 아이들의 환경이 급변했다. 아이들은 손바닥에 놓인 스마트폰으로 온갖 세계를 만나고 있다. 박물관의 주 관람객은 5~7세의 아동이다. 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시들한 곳일 수 있다. 새롭고 신선한 내용을 채워 어린이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그렇다. 지난 10년 동안 스마트폰과 AI(인공지능)로 상징되는 디지털문화의 혁명적 발전을 보면 변신을 서두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표 관장은 박물관의 형식과 내용도 새로워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어린이박물관은 일반박물관과 크게 다른 점이 있다. 일반박물관은 전시물을 만지지 못하는 곳이지만 어린이박물관은 만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직접 보고 만지며 체험으로 인지적인 감성을 기르는 곳이다. 그런데 올해 코로나19로 전시물을 만지면 안 되는 상황이 됐다. 이제는 박물관도 체험하는 곳에서 경험하는 곳이 돼야 한다. 무엇을 경험할 것인데 묻는다면, 문화 예술이다. 문화 예술은 상상력이 바탕이다. 상상력은 모든 것을 창조하는 바탕이다. 창의력이 가장 왕성할 때가 유년시절이다. 창의력이 폭발적일 때 그 재능을 끌어내 주는 것이 일생을 좌우하게 한다.”

공감되는 주장이다. 우리 교육은 아이들에 많은 지식을 머릿속에 집어넣는 것을 교육이라고 믿고 있다. 어린이의 재능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그의 주장이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이런 교육 현실 때문이다. 표 관장은 경기 남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경기도 북부에 리모델링 중인 경기북부어린이박물관에 많은 정성을 쏟고 있다

“용인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은 음악을 특화하고, 동두천 북부어린이박물관은 미디어아트에 특화된 박물관으로 기획하고 있다. 가장 문턱이 낮은 것이 음악이다. 음악은 누구라도 즐길 수 있다. 관람객들에게 설문조사를 했는데 2018, 2019년도에 관람객의 요구가 음악을 강화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른과 어린이를 위한 ‘어?이 음악회’를 기획하고 있다.”

코로나19는 변화를 가속화했다. 디지털박물관으로의 전환도 단기간에 이뤄졌다. 표 관장은 직원들에게 이렇게 주문했다고 한다. “우리, 불가능이란 말은 쓰지 맙시다.”

내년이 10주년이라서 연구 과제로 “웃음”을 삼았다는 말도 흥미로웠다.

“웃음을 통해 어린이를 연구해 보자. 언제부터 어린이가 웃음을 잃는가? 어린이를 제대로 들여다보기 위해 웃음을 깊이 들여다보자. 아이가 웃음을 잃으면 가족이 웃음을 잃게 된다. 아이들의 웃음은 우리 사회를 변화시킨다.”

코로나로 올해 불가피하게 지나친 어린이날을 안타깝게 여겨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이 깜짝 선물을 준비 중이다. 북부어린이박물관을 재개관하는 날을 D-day로 삼는다니 기대가 된다.

“모든 박물관은 과거로부터 시작하지만 어린이박물관은 현재로부터 시작해 미래로 향한다. 어린이의 미래는 인간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곳이다. 이곳이 가장 중요한 곳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관심과 지원이 따라야 한다. 최소 10년 중장기 계획으로 어린이의 상상과 용기를 북돋우는 공간으로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이 거듭나야 한다.”

“어린이야말로 사랑이 필요한 존재”라는 표 관장의 말처럼 어린이가 행복해야 나라의 장래를 기약할 수 있다. 그러나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우리 아이들의 표정은 행복해 보이지 않다. 벌써 20년째 청소년 자살률 1위에 출산율은 꼴찌인 나라다. 한국의 모든 교육이 대학입시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나라의 장래를 깊이 생각한다면 교육정책에 혁명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어린이를 위한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지난 10년처럼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이 다시 한국과 세계의 어린이박물관을 선도할 수 있도록 경기도가 정책적인 지원에 적극 나서기를 소망한다.

김영호(한국병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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