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갈등 조장한 인천시 공론화위원회

박남춘 인천시장이 소통을 강조하면서 지역 현안에 대한 시민참여를 위해 공론화위원회를 출범했고 첫 의제에 대한 운영결과를 29일 발표했다. 공론화위원회는 지역 폐기물처리시설은 종전 관여폐기물처리시설을 현대화하고, 오는 2025년 수도권매립지 종료에 대비해 인천시민만의 자체매립지를 조성할 것을 인천시에 권고했다. 그러나 공론화위원회의 권고 내용은 인천 지역사회의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이 증폭되고 있어 공론화위원회 자체에 대한 비판이 거세고 인천시의 소통 행정에 대한 의구심마저 높아지고 있다.

현대 지방행정은 복잡 다양하고 전문성이 요구되며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우가 많다. 시민이 이해하기 어려운 일부 한정된 정보가 정치적으로 이용되거나 일부 행정관료에 의해 오용됨으로써 그릇된 행정을 초래하기도 한다. 또한, 같은 이슈에 대해서도 찬반이 엇갈리고 각각의 입장 강도도 차이가 큼으로써 지역의 핫 이슈에 대한 의견수렴이 어려운 경우도 빈번하다. 이로 인해 행정 지연으로 인한 비용이 초래되고 고스란히 그 부담은 시민에게 돌아간다.

이와 같은 병폐를 방지하기 위해서 오늘날 세계 각국에서 적극 도입 활용하는 것이 공론화위원회이다. 주요 현안을 권한을 위임받은 대표자가 결정하는 것이 어렵거나 바람직하지 못하면 시민이 직접 참여 결정하는 숙의민주주의 방식이다. 대의민주주의의 단점인 다수결 투표와 여론조사 수치로만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심사숙고해 토론하고 회의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도 끝내 숙의로 결론을 끌어내지 못하면 불가피하게 다수결원리를 이용하기도 한다.

지난 29일 권고 내용을 발표한 인천시공론화위원회는 그 근거로써 시민참여단의 최종의견조사만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주민과 정치권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여론조사방법과 위원회 운영에 있어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박남춘 시장 등이 참여하는 공개토론을 요구했다. 인천경실련 등 시민단체들도 공론화위원회의 여론조사를 ‘하나 마나 한 조사’라고 비판하며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지체하지 말고 박남춘 시장이 정공법으로 직접 현실적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인천시 관계자와 공론화위원회 책임자가 나와서 해명하는 등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갈등의 근원은 근본적으로 공론화위원회의 권고 근거가 미진한 데서 비롯했고 그 핵심은 위원회 운영의 미숙에 있다. 위원회 운영의 핵심인 시민참여단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숙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를 간과한 것은 치명적인 허점이다. 시민참여단에 참가한 시민이 쓰레기 매립장과 소각장에 대한 복잡하고 전문적인 내용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할 물리적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정책에 대한 찬반론자들과 전문가를 초청해서 심도 있는 학습 토론과정을 선행하는 등 충분한 숙의를 진행했어야 한다. 이러한 숙의를 거쳐 의견을 수렴하도록 해 합리적이고 타당한 결과를 도출했어야 했다. 공론화는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지 조장하는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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