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해결책 없는 문제 ‘출산’

죽음은 생명 활동이 정지돼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지 않는 생(生)이고, 심장이 고동치고 호흡하고 있다면 이를 우리는 삶이라 한다. 이 삶은 정말 가혹한가, 아니면 행복한가.

필자는 우리 부모님께서 연출한 정욕의 산물로 받은 ‘나’라는 육체를 통해 우리 아이 또한 그 삶의 연장선에 있었으면 한다. 그런데 과연 결혼하고 아이 낳아 기르면서 통속의 삶을 살다가 죽음이라는 것으로 내 자녀의 자녀에게 대물림하는 것에 대한 대목에서 주저함이 앞선다.

필자의 눈에 포착된 우리 부모님의 삶은 ‘짠하고 애달픈’이다. 어머니는 그랬다. 아이가 잘되길 꿈꾸며 기도한다. ‘S대’ 갔다고 기뻐하고, ‘S그룹’ 취직되길 소망하며 생명에 기를 더 불어 넣는다. 그런데 생명의 귀중함을 아는 어른들 그중에 성공했다며 세간의 부러움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 그때 어머니는 많이도 뿌듯했을 것이고 행복했을 것이며, 아이 키운 보람을 많이 느끼며 무척 자랑스러워했을 것이다.

그런데 어머니는 성공한 자녀 스스로 자신의 생명을 어떻게 대하는지 보셨으며 우리 자녀 또한 보았다. 그런 성공했다는 사람들조차 자신의 생명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현실. 우리 아이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

100년 후 대한민국을 걱정하며 시작한 출산운동인데 이런 필자가 흔들리고 있다. 과거의 젊은 날엔, 내 앞에 펼쳐지는 시간의 도화지에 마음대로 색칠만 하면 멋진 그림이 완성되리라 기대한 적이 있다.

아름다운 그림과는 거리가 먼 형태로 변하는 것을 지켜보지만 무심한 시간은 지금도 흐르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우리나라 저출산의 원인과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정해진 근무 시간 외에 야간이나 주말 등에 회사 일을 하는 경우에는 1년 이내 결혼할 확률이 3.7% 감소했다. 반대로 시차출퇴근제도가 있는 경우에는 결혼확률이 7.1% 증가했으며, 재택근무 제도가 있는 경우 결혼할 확률은 10%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혼기가 됐으니 결혼해야 하고, 그 아이가 이 나라의 초석이 될 것이라는 인류의 법칙인 것인가. 그래서 저출산 정책이라며 신혼부부 주거지원, 난임 부부 지원, 무상보육 및 교육 확대, 아동수당 지급, 공공어린이집 확대, 돌봄 교실 등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많은 재정을 투입해 정책들이 진행돼도 출산율이 내림세를 탄다는 것은 현재의 정책이 아이를 출산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함을 의미한다.

사실 청년들의 이기심이라기보다는 집단 무의식의 풍조라는 생각이 든다. 결혼과 출산은 개인의 많은 희생을 담보해야 하지만 희생만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이 잠재적 성장력을 원한다면 그리고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결혼과 출산을 선택할 수 있도록 장려한다면 진심으로 고민해야 한다.

고령화는 어느 정도 해결됐는지 21대 국회차원에서 ‘저출산ㆍ고령화’라는 말 대신 ‘저출산 인구절벽 대책 특별위원회’ 구성을 추진한다고 한다. 결혼 적령기 세대와 결혼은 했지만 아이 갖기를 희망하지 않는 부부에게서 해결점을 찾았으면 한다. 생명 자체가 소중한 지금, 총인구 감소 시점이 2028년이라 한다. 그 해보다 앞당겨질 것이라는 예상이 아예 빗나가길 소망해 본다.

김양옥 한국출산행복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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