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조변석개, 부동산 정책

명나라 시대 홍자성(洪自誠)이 쓴 것으로 알려진 수양서(修養書) ‘채근담’의 한 내용이다. 旋乾轉坤的經綸(선건전곤적경륜)은 自臨深履薄處操出(자림심리박처조출)이라. 즉 ‘하늘을 돌리고 땅을 바꿀 만한 큰 경륜은 깊은 물에서 살얼음을 밟듯 조심하는 데서 나온다’란 뜻으로 정책의 취지가 아무리 좋고 그 내용이 훌륭하더라도 매우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한국의 부동산 정책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6·17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한 달도 되지 않아 문재인 정부의 22번째 부동산 대책을 나왔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금융위원회는 지난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 보완 대책을 발표했다. 다주택자와 부동산 법인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와 취득세 등 세 부담을 대폭 늘리는 것이 골자다.

이번 7·10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을 3채 이상 가지고 있거나 조정대상지역에서 주택을 2채 이상 가진 다주택자는 종부세가 두 배 가량 인상된다. 다주택자의 양도세 부담도 늘어난다. 정부는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양도할 경우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자는 30%포인트의 양도세를 중과하기로 했다. 취득세도 크게 늘어난다. 가히 증세 위주의 ‘세금 종합선물세트’다.

반면 지난 6·17 부동산 대책은 규제 일변도 정책이라 할 수 있다. 당시 정부는 뛰는 집값과 갭투자를 막기 위해 조정대상지역(69곳)과 투기과열지구(48곳)를 대폭 확대했다. 이에 따라 경기 김포와 파주, 연천 등 접경지역을 제외한 수도권 대부분 지역의 대출 규제가 강화됐다. 수도권 전체가 부동산 규제지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포, 파주 등 비규제지역 역시 조만간 조정대상지역으로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인천 지역도 강화와 옹진을 제외한 전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다. 이 중 연수구와 남동구, 서구는 조정대상지역을 거치치 않고 규제가 한 단계 더 높은 투기과열지구로 묶였다. 서구 주민들은 성명서와 청와대 청원 등 투기과열지구 지정해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검단신도시의 경우 그동안 미분양에 시달리다 올 2월에서야 미분양관리지역에서 해제될 정도로 부동산 시장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았다. 그러나 6·17 대책으로 4개월 만에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앞으로 서울과 같은 강력한 부동산 규제를 받게 됐다. 인천 중구에서는 사람이 살지 않는 섬인 실미도가 부동산 규제를 받게 되는 황당한 일도 발생했다. 구체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 임기응변식 정책이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지역 정치권을 중심으로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처럼 각종 규제와 강력한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기대와 달리 집값이 잡히기는커녕 풍선효과 내지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22번째 부동산 대책을 서둘러 발표했다. 정책의 잘잘못, 효과를 떠나 두 달에 한번 꼴로 조변석개(朝變夕改)와 같이 아침, 저녁으로 부동산 대책을 뜯어고치고 있는 셈이다.

사람은 의식주를 떠나 살 수 없다. 특히 주거, 주택은 삶의 터전으로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채근담’ 이야기처럼 정부의 부동산 정책, 더욱 신중하길 바란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