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의 영향으로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세수(정부의 조세 수입)가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활용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발간하는 ‘월간 재정동향 2020년 6월호’에 따르면 올해 4월 누계( 1~4월) 기준 통합재정수지(일반회계·특별회계·공공기금을 모두 포함한 재정수지)는 43조3천억원 적자로, 2011년 이후 역대 최대폭의 적자다. 이러한 재정건전성의 악화에 대해서는 상반되는 인식이 존재한다. 우선 현재 한국의 재정건전성은 역대 최악의 상황이므로, 재정확대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저출산ㆍ고령화의 진전을 고려한다면 한국의 재정건전성은 향후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고,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두 번째로 적극적인 재정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입장이다.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은 OECD 평균보다 낮고, 아직 한국은 추가적인 재정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OECD는 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1.2%로 하향 조정했지만, 이는 주요 국가(미국 7.3%, 중국 2.6%, 유로지역 9.1%, 일본 6%)와 비교해 상당히 양호한 수준이다. 즉 한국의 성공적인 방역으로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른 한국 경제에 주는 부정적 영향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이다.
적극적인 재정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견해 중에 현대통화이론(Modern Monetary Theory, MMT)에 대해서 주목이 모이고 있다. MMT 이론에서는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지출을 대폭적으로 늘려도 된다고 주장하고, 일본을 대표적인 MMT의 실천사례로 보고 있다. 다만 일본의 정부당국자는 일본이 MMT 이론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 아니며, 재정규율을 느슨하게 적용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럼에도 일본의 공적채무가 계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일본은행이 대량국채매입을 실시하고 있는 현실은 MMT 이론의 주장과 상당히 유사하다. 그렇다면 MMT 이론을 한국에 적용하는 것이 가능할까. 여기서는 몇 가지 문제가 존재한다. 일본의 GDP 대비 정부부채의 규모(IMF 기준, 2018년 기준)는 218%로, 미국(108%), 영국(86.3%), 독일(59.8%), 한국(38.9%)보다 압도적으로 크다. 일본의 막대한 정부부채에 불구하고 일본에서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 국가에서 발생한 재정위기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MMT 이론은 주류경제학으로부터 배척을 당하고 있고, 그 주장이 상당히 극단적이다. MMT 이론을 수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한국의 지금 상황은 재정지출 확대가 필요한 국면으로 생각된다. 다만, 한국의 상황은 일본과는 다르다. 우선 일본은 엔화라는 기축통화를 보유하고 있지만, 한국의 원화는 기축통화가 아니다. 둘째로 일본은 오랜 기간 경상수지 흑자의 누적으로 인해 2018년 말 기준으로 28년 연속으로 대외순자산이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셋째 일본의 정부 부채는 대부분 일본의 개인(가계)의 저축으로 충당하고 있다. 일본의 풍부한 가계저축이 정부부채를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
재정 건전성 문제에 대해서 특정 정치세력의 이해관계나 이데올로기에 매몰돼 양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 위기 상황에 대한 냉철한 인식을 바탕으로 해, 필요에 따라 재정을 동원하면서도, 장기적인 재정건전성 문제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박성빈 아주대 일본정책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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