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단호한 말씀

단호한 말씀

            - 최영재

6.25 전쟁 끝나고

모두가 어려운 시절

밥 한 끼 밥 한 그릇이 심각하다.

놀러 온 자식의 친구

끼니때 되어 가랄 수도

같이 먹자 할 수도 없으니 난감하다.

엄마는 다 알고 단호히 말했다.

“친구네서 놀다가 때 되면 뛰쳐나와라.”

-가난해도 당당하게 살자.

-아버지 없어도 꿋꿋하게 살자.

엄마는 늘 아버지처럼 말했다.

북으로 납북돼 간 아버지 대신 엄마는 늘 아버지처럼 행세를 하셨다. 말씀 한 마디, 행동거지 하나도 흐트러짐을 보이지 않으셨다. 항상 꼿꼿한 자세로, 항상 당당한 자세로 매사에 임하셨다. 그러면서 자식들에겐 늘 일렀다. “절대 기죽지 마라!”. 이는 아동문학가 최영재 씨의 이야기다. 작가의 부친 최영수 님은 만화가, 삽화가, 수필가, 소설가로, 신문기자로 활동하던 중 6ㆍ25때 인민군에 의해 북으로 끌려간 뒤 탈출을 시도하다가 붙잡혀 총살을 당한 분이다. 이 동시는 삼남매를 홀로 키운 모친 김정옥 여사에 바치는 헌시(獻詩)이기도 하다. ‘엄마는 다 알고 단호히 말했다./“친구네서 놀다가 때 되면 뛰쳐나와라.”.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는 어머니의 지엄한 말씀을 평생 잊지 않았다는 최 작가다. ‘-가난해도 당당하게 살자./-아버지 없어도 꿋꿋하게 살자.’ 이 또한 가훈이기도 했다는 어머니의 말씀이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동족상쟁의 비극, 저 6ㆍ25! 남편을 잃고 혼자서 자식들을 키워 낸 이 땅의 어머니들의 이야기도 이젠 옛날얘기가 돼 버렸다. 세월은 참으로 무정한 것, 그렇다고 잊지 말아야 할 것까지 싸잡아 잊어서는 안 되리라. 6월의 짙푸른 녹음을 바라보며 삼가 옷깃을 여민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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