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되는 추세를 띄던 코로나19가 수도권 N차 감염으로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5천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던 신천지의 사례처럼 대규모 감염이 일어나진 않았지만, 여러 곳에서 산발적으로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기에 방심할 순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커지고 있다. KDI는 최근 발간한 경제동향에서 “우리 경제는 코로나19의 부정적 충격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며 경기 위축이 심화됐다”고 밝혔다. 지자체의 재난기본소득과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등으로 소비 심리는 소폭 회복됐다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코로나19 위기 속에 있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오래된 격언을 떠올릴 때다. 전 세계적 관점에서 보면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해나갈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한국의 방역 시스템을 ‘K방역’이라고 일컬으며 세계 각국의 칭찬이 쏟아지고 있고 세계적 미래학자들도 한국의 대도약을 전망하고 있다. 미래학자 짐 데이토 미국 하와이대 명예교수는 최근 “한국이 미래의 길을 찾아 세계에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지금의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당부했다.
세계은행은 한국을 동아태지역 직원의 긴급의료 상황시 치료를 담당하는 ‘긴급의료 지정국가’로 결정하기도 했다. 아직 완료되지 않은 코로나 위기를 등한시할 순 없지만, 동시에 세계의 리더 국가가 될 기회를 놓쳐서도 안 된다.
한국이 코로나 방역의 선진 국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정부와 질병관리본부, 의료진의 헌신적 노력, 그리고 너나 할 것 없이 재난 현장으로 달려간 자원봉사자들과 국가적 재난 상황에도 동요 없이 방역 수칙을 준수해준 뛰어난 시민의식을 지닌 국민이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또 하나의 결정적 요인은 지방정부의 선제적 조치다. 정부가 전 국민에게 긴급지원금을 지원하게 된 계기는 경기도의 선제적 재난기본소득 지급이었으며 세계적 모범 사례로 꼽힌 드라이브 스루 검사는 고양시에서 시작됐다.
안양시도 코로나19에 대응하면서 지자체가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을 총동원했다. 안양시는 마스크가 ‘금스크’라고 불리던 시기에 마스크 품귀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특히, 관내에 있는 안양교도소에서 재소자들이 면 마스크를 제작해 염가에 판매할 것이란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갔다. 문제는 당시엔 면 마스크만으로 시민의 불안을 잠재우기 쉽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에 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이 ‘착한 마스크 기업’이라고 칭찬하기도 한 에버그린의 이승환 대표가 생각났다. 곧장 이 대표에게 전화했고 사정을 들은 이 대표는 회사에 보유하고 있던 정전기 필터를 원가에 공급해주기로 했다. 이로써 단순한 면 마스크가 보건용 마스크로 재탄생할 수 있었고 안양교도소는 마스크 품귀 현상이 해소될 때까지 총 4만3천280장의 마스크를 제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안양시는 지역 내 2차 감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코로나 사태 초기에 숙박업소 한 군데를 통째로 임대해 시설격리자를 입소시켰다.
또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지역 호텔과 협약을 맺어 자가격리자의 가족을 위한 안심숙소를 운영하기도 했고 안양시 재난기본소득 신청을 위해 시민이 직접 동 행정복지센터를 찾는 수고를 줄이기 위해 아파트 관리사무소, 경로당 등 시민 가까운 곳으로 공무원들이 직접 찾아가 카드를 지급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안양시의 노력은 ‘안양시 코로나19 백서’를 통해 발행될 예정이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 지자체들은 중앙정부의 지침만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지역 맞춤형 정책들을 제안·실시했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다른 지자체와 중앙정부에 긍정적 영향을 주었다. 지방정부의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조치는 한국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리더 국가가 되기 위해서도 앞으로 더 강화돼야 할 부분이다.
한국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이끌기 위해 필요한 또 하나의 요소는 4차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는 것이다. 코로나 위기가 종식된다고 하더라도 감염병은 언제든 다시 확산할 수 있다. ‘비대면·비접촉’의 사회 문화가 정착될 것이고 이는 4차산업혁명 시대의 기술혁신을 앞당기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다. 차제에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5G 등의 핵심기술을 육성해야 한다.
안양시는 지난 민선5기 때부터 시대의 변화를 포착하고 ‘스마트안양’을 준비해왔다. 4차산업혁명 시대의 핵심기술들로 우리의 삶이 크게 변할 것이란 예측을 토대로 자율주행 공공셔틀버스 ‘Healthy 안양!’을 시범 운영할 계획이며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한 관제 시스템을 도입해 시민 안전을 스마트하게 지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한국은 IMF 외환위기를 겪었고 이를 이겨낸 경험이 있다. 당시 국민의정부는 위기 극복을 위해 정보기술(IT) 관련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데 힘을 기울였고 이는 한국을 지식정보화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게 했다. 국민의정부가 시대를 앞서보고 정보화혁명의 비전과 틀을 제시했던 것처럼 이제는 우리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뉴 노멀’을 선도할 기회다. 더욱 강화된 지방분권을 토대로 자유롭고 다양한 정책 실험을 전개하면서 각 지역의 특색에 맞는 4차산업혁명 시대의 핵심기술을 육성해야 한다. IT강국을 넘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리더 국가를 목표로 정진할 때다.
최대호 안양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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