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산딸기에 관하여

산딸기에 관하여

                 - 임애월

아버지 술심부름 길

유년의 들녘에

산딸기 달큰 익어 침 흘리던 육즙의 시간

쪼그려 따 먹는 재미에

해 지는 줄 몰랐네

50원 지전은

햇살 더불어 사라지고

풀 죽어 돌아온 내게 떨어지는 불벼락

아뿔싸, 달콤한 그 맛에

내 영혼을 팔았구나

어렸을 적에 부모님의 심부름을 안 해본 어린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작든 크든, 한두 가지씩은 해 드린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 동시는 아버지 술심부름을 하게 된 아이(시인)가 산딸기에 정신이 팔려 술심부름을 까맣게 잊어먹고 하루해를 마냥 즐기다가 아버지한테 혼꾸멍이 난 이야기다. 눈여겨 볼 것은 시골 아이와 산딸기의 순수한 만남이다. 때 묻지 않은 저 동심과 오염되지 않은 자연과의 만남. 이 얼마나 행복한가! 사람의 일생에서 유년이 없다면 얼마나 쓸쓸할까 싶다. 무지개처럼 가장 아름답고 순수한 그 시절이 있음으로 해서 인생은 두고두고 돌아볼 ‘추억’이란 재산을 지닐 수가 있는 것이다. 추억은 연금이다. 외롭고 쓸쓸할 때 언제라도 돌려받을 수 있는 노후의 즐거움이다. 시인은 어린 날 아버지와의 추억을 연민의 정으로 풀어 놓았다. ‘50원 지전은/햇살 더불어 사라지고/풀 죽어 돌아온 내게 떨어지는 불벼락’. 아버지의 불벼락 속엔 자식에 대한 걱정도 포함돼 있을 성싶다. 여태까지 어딜 가서 뭐하고 있는지. 누구랑 싸우지나 않았는지. 시인은 하고 싶은 말을 숨겨 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 ‘아뿔싸, 달콤한 그 맛에/내 영혼을 팔았구나’. 아버지에 대한 뉘우침이 독자의 심금에 파란 물무늬를 놓았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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