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든다
- 박예분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 왔다
아빠는
강아지 집을 뚝딱뚝딱 만들고
엄마는
화단에 꽃씨를 뿌리고
나는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며
나의 길을 만든다.
어쩌다 보니 그 편리하다는 아파트를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채 살고 있다. 그렇다고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저택이냐 하면 그도 아니다. 그저 그렇고 그런 보통 주택이다. 단, 마당이 있고 손바닥만 한 화단이 있다. 이 동시는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 온 아이의 이야기다. ‘아빠는/강아지 집을 뚝딱뚝딱 만들고//엄마는/화단에 꽃씨를 뿌리고’. 새로 이사한 부부의 모습이 퍽 행복해 보인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강아지와 꽃도 함께 사는 집이다. 이게 아파트와 다른 점인지도 모르겠다. 내 울타리 안에 있는 강아지 집과 화단. 참 보기 좋다. 그런가 하면, 아이는 가만있지 못하고 온 동네를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새로 이사 왔다는 것을 알린다. 소위 자신의 ‘길’을 만드는 것이다. 아이는 그 길을 통해 친구들을 사귀고 더 너른 세상으로 나아갈 것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이 세상천지에서 집만큼 안락한 곳이 어디 있을까. 가족만큼 소중한 게 어디 있을까. 모든 삶의 에너지는 가정에서부터 나오고, 모든 삶의 희망은 어린이로부터 싹튼다. 점점 어려워지는 지구환경과 인간의 삶, 우리 어린이들이 씩씩하고 밝게 자라도록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절실한 때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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