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커뮤니티] 이태원 클럽 방문자를 향한 고등학생의 분노

서울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급증하고 있는 10일 한 시민이 인천시 부평구 보건소 선별진료소 검체채취실로 들어가고 있다. 장용준 기자
서울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급증하고 있는 10일 한 시민이 인천시 부평구 보건소 선별진료소 검체채취실로 들어가고 있다. 장용준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차 확산세를 보이면서 학교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된 한 고등학생이 문제가 된 이태원 클럽 방문자들을 일갈했다.

지난 1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클럽 간 사람들 이 글 한 번 보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자신을 고등학생 1학년이라고 소개하면서 "클럽 간 사람들 전국 초중고학생들에게 사과하세요. 사과는 못해도 반성하는 마음이라도 가졌으면 한다"고 적었다.

글쓴이는 중학교 시절 어렵게 준비해 특목고에 입학했다. 국제교류, 원어민 토론수업, 방과 후 수업, 포럼, 다양한 대회들, 동아리 활동 등 일반 학교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기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면서 지금까지 아무런 활동도 하지 못한 채 온라인 수업만 진행하고 있다.

글쓴이는 "이럴거면 왜 특목고를 왔나 싶은 마음도 많이 들었다. 세상 모든 게 짜증났다"며 "입학금 70만원, 1학기 학비 500만원은 그냥 온라인 강의에 투자했다는 생각에 더 화가 났다. 하는 것도 없는데 돈은 안돌려주니...그래도 고1인 저보다 상황이 더 안좋은 고3 선배들 보며 마음을 추스리고 있었다"고 전했다.

기약없는 온라인 수업이 계속될 무렵, 오는 27일부터 등교가 가능하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글쓴이 역시 다시 학교를 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설렜다. 하지만 등교는 다시 일주일이 미뤄졌고, 그 이유가 이태원 클럽 방문자들 때문이라는 사실에 글쓴이는 더욱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글쓴이는 "전국의 많은 의료진들은 눈에 불을 켜고 치료를 하고, 전국의 많은 학생들은 책상 불을 켜고 온라인수업을 하고, 전국의 많은 학부모들은 눈에 불을 켜고 아이를 돌보고, 전국의 많은 주부들은 가스 불을 켜고 외식없이 밥을 하고, 전국의 많은 소상공인은 눈에 불을 켜고 손님을 기다릴 동안 클럽에 다녀오신 분들은 화려한 조명과 노래를 켜고 이기적으로 춤추며 당장의 행복을 즐기신건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국 학생들은 코로나19 감염때문에 학교에 가면 안된다고 겉으로는 말하지만, 속으로는 학교에 가고 싶어 미쳐있는 상황"이라며 "우리들이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학교 가는것과 코로나19 감염 예방 중에서 무엇이 더 우선인지 알기 때문이다. '대학이 중요하냐? 건강이 우선이지'라는 말을 들어도 맞는 말이라 참고는 있지만 본능적으로 많은 학생들이 대학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솔직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이제 잠잠해지려던 코로나19 다시 깨운 클럽 확진자분들! 제발 전국의 의료진분들과 학생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저희들의 인내심은 이제 바닥이다. 모든 사람이 이제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 알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해당 글을 접한 누리꾼들도 "나 공항에서 일하는 데 타격 너무 커서 일도 못하고 적금 깼다. 제발 부탁이다. 클럽 좀 가지 마" "제발 사회적 거리두기 좀 지키자" "코로나19 종식될 때까지 클럽 출입 금지시켜야 할 듯" 등의 반응을 보이며 깊이 공감하고 분노했다.

특히 자신을 현재 고3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장문의 댓글을 통해 "건강이 더 중요한 게 맞다. 하지만 저희는 어쩔 수 없이 대입을 더 걱정할 수밖에 없다"며 "올해는 제게 정말 최악의 해이다. 학창시절이 다 추억이라고 하지만 저에게 이 모든 일이 추억으로만 남을 것 같지 않다. 그동안 열심히 노력해온 것들이 모두 의미없는 것이 될 수 있는 상황이 어떤 것인지를 클럽을 갔다오신 분들께서 꼭 아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당초 교육부는 고교 3학년 오는 20일, 고2·중3·초등 저학년·유치원 27일, 고1·중2·초등3~4학년 다음 달 3일로 등교 예정일을 정했으나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일주일씩 연기됐다. 문제는 일주일이 지나도 과연 등교를 할 수 있느냐다. 현재 정부도 이같은 우려에 확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당분간 학교 현장 일선에서의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장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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