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평항
- 김경은
방파제에
웅크리고 앉은 낮달 아래
자욱한 물안개
바다로 내려앉은 궁평항
간간히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는
펼쳐든 우산과 재회를 서두른다
파도를 밀어낸 선착장을 차지한
물놀이 나온 아이들 외침은
물이랑을 넘고
멍게 해삼 소라
즐비한 포장마차엔
쓴 소주가 감칠맛 나고
파도 타고 온 바다 이야기가
비워진 접시에 가득 담긴다
궁평항은 화성시 서신면 궁평리에 있는 어항으로 경기도에서는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200여 척의 어선이 드나들 수 있는 선착장과 약 1.5km 길이의 방파제를 갖추고 있다. 시인은 오랜만에 시간을 내어 궁평항을 찾았나보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흐린 날씨에 간간히 빗방울까지 떨어진다. 하지만 궂은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궁평항을 찾은 아이들은 신바람을 내며 물놀이에 정신이 없다. ‘파도를 밀어낸 선착장을 차지한/물놀이 나온 아이들 외침은/물이랑을 넘고’. 이 동시는 바다와 한 몸이 된 아이들을 흐뭇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시인의 마음을 잘 보여준다. ‘멍게 해삼 소라/즐비한 포장마차엔/쓴 소주가 감칠맛 나고’. 바다를 바라보며 비우는 소주 한 잔의 그 즐거움을 어디 다 비기랴. 한 세상 살아내느라 자신도 모르게 낀 삶의 땟자국을 한 잔의 바다(소주)로 마음을 헹군다. 어디 그뿐인가. ‘파도 타고 온 바다 이야기가/비워진 접시에 가득 담긴다’. 아, 까맣게 잊고 살았던 저 어린 날의 이야기가 비워진 접시에 담기는 것을 바라보는 즐거움. 동심만큼 행복한 것도 없으리라. 시인은 자유시와 시조를 쓰면서 시 낭송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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