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아침] ‘언택트 뮤지엄’

‘마스크를 쓴 모나리자’는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pandemic)으로 인한 박물관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코로나19의 확산방지를 위해 이탈리아 바티칸박물관에서 미국 워싱턴DC의 스미소니언박물관까지, 파리 루브르박물관에서 서울의 국립중앙박물관까지 전 세계 대부분의 박물관이 휴관했다.

박물관 휴관은 전시계획의 차질을 가져오고, 박물관 수익구조와 박물관 근무자들의 고용에 대한 불안감을 가중시킨다. 지난 3월 25일 문화체육관광부 박양우 장관은 종로구의 토탈미술관과 목인박물관 목석원을 방문해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립박물관·미술관 현장 상황을 직접 청취하고 지원 대책을 논의하였다. 박물관과 미술관이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나 지자체의 적극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박물관의 휴관은 그동안 사람들에게 박물관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박물관은 관람객들에게 공감 능력을 키워줄 뿐만 아니라 예술 작품을 보면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감소시키고 기분을 좋게 해 준다. 점심시간에 박물관이나 미술 갤러리를 방문하면 스트레스를 상당히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림을 보는 것이 사랑에 빠진 것과 같은 기쁨을 주기도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박물관을 직접 방문하는 것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대중들과 계속해서 문화를 공유하기 위해 비대면(untact)으로 박물관을 방문할 수 있는 ‘언택트 뮤지엄’(Untact Museum)’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박물관들은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MuseumFromHome을 통해 그들의 전시물과 유물들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다. 한국박물관협회에서도 <방구석 뮤지엄 투어>를 통해 국내외의 다양한 박물관들을 인터넷으로 찾아갈 수 있도록 소개하고 있다.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4월 8일 “코로나 이전의 시대로 돌아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하였으며, 빌 게이츠 재단은 “코로나19 사태가 이번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유사한 팬데믹 사태가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의 질병관리본부도 “코로나 이전 세상은 이제 다시 오지 않고, 생활 속 방역활동이 우리의 일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제는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며 생존해야 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되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박물관은 ‘언택트’ 문화에 익숙해진 관람객들의 효과적인 관람을 위해 빅데이터, 인공지능(AI)와 서비스 로봇의 활용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박물관이 변화하는 시대의 사회적 가치를 재정립하는 문화적 중추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본 미국과 유럽을 보면서, 그들의 글로벌 리더십과 선진문화에 대한 환상이 깨지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박물관은 국가 간 혹은 지역 간 문화적 차이에 따른 우열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자기 문화를 소중히 여기고 다른 문화를 존중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고취하면서 보편성과 평등주의에 기초한 글로벌 공조와 서로 간의 신뢰구축에 이바지해야 한다.

임봉대  국제성서박물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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