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사람 길

사람 길

                      -  최미애

 산길을 걷다가

 길을 잃었다.

 한참을 헤매는데

 말소리가 들려왔다.

 캄캄한 바다 등대 같은

 사람 소리

 사람이 길이 된다는 걸

 처음 알았다.

산에서 길을 잃어 본 사람은 안다. 처음엔 쉬이 찾겠지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으면서 급기야는 더럭 겁이 나기까지 한다. 그게 혼자였다면 그리고 날이 어두워지는 시각이었다면 더더욱 조바심이 날 것이다. 이 동시는 산에서 길을 잃어 본 경험을 시에 담았다. 어둠이 내려앉은 캄캄한 산. 우거진 나무속을 이리저리 헤매어도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길. 여기에다 불안을 가중시키는 새 울음소리. ‘한참을 헤매는데/말소리가 들려왔다.//캄캄한 바다 등대 같은/사람 소리’. 이때처럼 사람 소리가 반가운 건 없을 것이다. 칠흑 같은 바다에서 등대를 발견한 순간의 환호와도 같았을 것이다. ‘사람이 길이 된다는 걸/처음 알았다.’ 요 구절이 이 동시의 백미다. 어두운 산속에서 찾아낸 사람 소리가 길 잃은 사람의 희망이 된 것이다. 어디 산길뿐이겠는가. 우리가 사는 세상 속에서도 사람의 소리는 빛이요, 희망이다. 어려울 때 손을 잡아주는 사람, 등을 내미는 사람, 어깨동무를 해주는 사람…. 그래서 세상은 살만 한 곳 아니겠는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다들 힘겨운 시절이다. 이럴수록 사람 소리가 들려야 하리라. 사람이 길이 된다고 하지 않는가!     

‘사람=길’. 시인은 새로운 공식 하나를 창안해 내었다. 어려운 때일수록 누군가에 손을 내미는 게 우린 한 세상을 사는 동안 무수한 사람들을 만난다. 어찌 보면 세월을 지나는 게 아니라 사람을 만나 길을 트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나는 오늘날까지 어떤 사람(길)을 만나 여기까지 왔는가?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람과 길을 놓을 것인가? 동시는 어린이를 위한 문학이지만 때론 어른을 향한 문학일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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