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명나라 시대의 장편소설인 서유기(西遊記)에는 긴고주(緊)라는 것이 나온다. 이 긴고주는 손오공의 머리에 씌어져 있는 금고리와 연관이 있다. 이 머리테는 절대로 벗어버릴 수 없는 것으로서 긴고주는 삼장법사가 손오공의 머리테를 조이는데 쓰이는 주문을 말한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도 문명을 이루고 살면서 절대로 피할 수 없는 여러 형태의 긴고주에 괴로워하고 또 극복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류가 처한 여러 가지 인도적 위기는 전쟁과 무력분쟁, 기후변화 등으로 인한 우리 자연생활환경의 악화 그리고 각종 자연재난과 사회재난 등 여러 가지가 있다. 특히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인간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감염병은 특정 국가의 문제가 아닌, 전 인류의 위험이 될 수 있음을 우리에게 상기시키고 있다.
코로나19를 통해 우리가 깨닫고 있는 점은 단순하고 개인적인 이익과 권리에 매몰된 사적인 영역만의 집착을 벗어나 ‘민주적 덕성(德性)’을 갖춘 자발적 시민의식의 중요성과 더불어 함께라는 ‘사회적 연대’를 통해 사회적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알렉시스 토크빌은 (미국)민주주의를 고찰하면서 민주적 덕성이 결여된 개인이 증가하게 되면 고도화된 개인주의는 국민의 이름으로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유일한 수권자인 국가(정부)가 국민 위에 군림할 수 있는 문제점, 즉 ‘민주주의의 전제성’ 만연해 질 수 있음을 경고하였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코로나19의 대응 현황에 대하여 세계적으로 조명받고 좋은 평가를 받고 있음이 주목된다. 우리의 조기대응은 국가 차원에서 전체주의와 중앙집권화된 통제 및 감시, 즉 민주주의 전제성을 통해서 극복하고 있는 것이 아닌 사회적 연대와 국민에게 자발성을 부여하면서 투명하고 적시성이 담보된 대국민 정보공개를 통해 국민이 스스로 민주적 덕성을 발휘하여 위기를 극복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더 주목을 받는 것이다.
국내 선도적 인도주의운동 단체인 대한적십자사도 지난 1월 코로나19 확진자가 4명으로 늘어나자 재난관리책임기관이자 긴급구조지원기관으로서 비상체제에 돌입, 재난상황실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면서 국민이 보내주신 성금 현황의 실시간 공개를 통한 투명성 확보와 집행의 적시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노력한 결과 4월 20일 현재 약 1천200여개의 단체 및 개인이 적십자에 674억원을 기부에 동참하고 494억원(전체 모금액의 73%)을 확진환자, 자가격리자, 의료기관 및 의료진, 감염병 취약계층에 집행을 하고 있다.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19에 대하여 국내외 많은 전문가는 코로나19가 가라앉더라도 우리가 이전 생활로 돌아가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코로나 발생 이전과 같은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는 것이 절망스럽기만 한 일일까?
이런 점에서 ‘사피엔스’ 저자로 널리 알려진 이스라엘의 역사학자이며 미래학자인 유발 노아 하라리 말을 인용하고 싶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서 우리가 내리는 결정들이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미래를 형성할 것이며, 고립이 아닌 협력의 가치에 기반을 둔 사회적 연대를 통해 인류는 여전히 사회적 동물로 남을 것이다.”
그렇다. 사회적 동물로 살아가게 될 우리는 사회적 연대를 통해 여러 위기를 극복하면서 살아나가야 할 것이다.
이경호 대한적십자사 인천광역시지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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