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용의 더클래식] 따뜻한 ‘교향곡’을 남겨 준 아버지 ‘하이든’

사람들을 배려하고 감싸주었던 따뜻한 음악가 하이든(Franz Joseph Haydn).

생전에 ‘파파 하이든’이라 불렸고, 사후에 ‘교향곡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는 지금도 사람들의 존경 안에 있다.

1791년 런던의 음악회장에서 하이든의 <교향곡 96번 D장조>가 초연되고 있었다. 연주가 한창 무르익을 무렵 갑자기, 연주 홀 중앙 천장에 매달려 있던 크고 화려한 샹들리에가 ‘꽝!’ 소리를 내며 갑자기 객석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그런 큰 사고에도 기적적으로 객석에 있던 그 누구도 다치지 않고 무사했다. 이유는 청중들이 하이든의 새 교향곡을 좀 더 가까이에서 듣기 위해, 또 연주되고 있는 교향곡에 빠져들어 모두 무대에 바싹 다가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이 곡에 흥미를 못 느껴 연주 홀 중간에 사람들이 서 있었다면 자칫 끔찍한 사고가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곡 <교향곡 96번>에는 ‘기적’이라는 제목이 새로 붙었다. 대리석 위를 미끄러지듯 발랄하게 춤을 추는 이 선율을 듣고 있으면 우울한 기분이 ‘싹’ 사라진다. 경쾌한 교향곡으로 일상에서 쌓인 피로를 잊으라는 작곡가의 따뜻한 배려가 느껴진다.

하이든은 귀족을 위해 많은 음악을 쓰고 그들을 위해 연주하며 돈을 벌었다. 그런데 가끔은 이런 귀족들로 인해 작곡가 하이든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일들이 종종 벌어지곤 했다.

그 중 하나가 근사한 드레스를 입고 와서 음악회 내내 꾸벅꾸벅 조는 귀족 부인들이었다. 그런 광경은 특히 느리고 조용한 2악장에서 자주 목격되곤 했는데, 재치 넘치는 작곡가 하이든은 이를 골려 줄 재미있는 묘안을 생각해 냈다.

그것은 바로 느린 2악장에서 느리게 진행되다 갑자기 매우 빠른 템포를 가미시켜 조는 귀족 부인들을 깜짝 놀라게 해 주는 것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교향곡 94번 G장조>이다. 이런 이유로 이 작품에는 ‘놀람’이라는 제목이 붙게 되었다. 이 일화로 유명한 하이든의 ‘놀람 교향곡’은 하이든이 남긴 교향곡들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교향곡 94번 D장조 ‘놀람’>, <교향곡 96번 D장조 ‘기적’>, <교향곡 45번 F sharp단조 ‘고별’>, <교향곡 100번 G장조 ‘군대’>, <교향곡 101번 D장조 ‘시계’> 등 우리가 한 번쯤 들어봄 직한 재미있는 제목의 교향곡들은 모두 ’교향곡의 아버지‘라 불리는 하이든이 만든 작품이다.

프란츠 요제프 하이든(Franz Joseph Haydn). 음악을 통해 청중을 보듬었던 포근한 작곡가 하이든은 ‘교향곡의 아버지’란 명성에 걸맞게 106곡의 멋진 교향곡을 남겼다. 하지만 그가 인류에게 선물한 작품들은 멋진 교향곡만이 아니다. 그는 교향곡에 못지않은 뛰어난 68곡의 현악 4중주곡을 남겼는데, 그 탁월함을 따라올 작품이 없을 정도이다. 그래서 그는 또한 ‘현악 4중주의 아버지’로도 불린다.

정승용 지휘자•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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