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5총선에서 민주당은 유례없는 압승을 거뒀다. 정부의 코로나19 위기 대응에 대한 긍정 평가,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 야권에 대한 심판, 안티테제로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해줬다. 하지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선거였기에 한 발 더 들어가서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어떤 요인들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는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
우선 선거에서의 최대 변수인 전체 유권자 중 약 25%에 달하는 스윙보터(Swing-voter, 부동층 유권자)들의 표심을 세심히 읽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선거처럼 이념적 대립이 심화하는 상황에서는 결국 스윙보터들의 마음을 누가 얻느냐에 따라 결과가 바뀌기 때문이다. 스윙보터들은 대체로 이념보다는 가치와 정책대안 등 객관적인 요소에 반응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주요정당들의 공약 변화를 살펴보자. 민주당의 10대 핵심공약은 경제민주화, 복지, 일자리에서 경제, 복지, 환경ㆍ기후대책, 노동 등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생활밀착형 공약으로 변화했다. 통합당은 가계부담 완화와 서민금융, 주거안정 강조에서 기업친화적 시각이 한층 강화됐다. 민주당은 이념 중시에서 삶의 질 향상으로 무게 추를 옮겼고, 통합당은 서민복지를 강조했던 것에서 기업 활성화로 방향을 선회했으며, 스윙보터들은 민주당의 정책변화에 손을 들어줬다고 볼 수 있다.
18세 새내기 유권자의 선택도 짚어보자. 민주당은 자기 탐구 기회를 제공하는 ‘한국형 갭이어(청년인생설계학교)’ 운영 활성화, 통합당은 공기청정기 추가 설치, 정의당은 사각형 학교 건물을 선진형 친환경 학교 건물로 바꾸는 ‘동그라미 작은학교’를 공약했다. 교복 입은 유권자를 보호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지,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하고 있는지, 확연하게 구분이 되는 대목이다. 새내기 유권자들의 표심도 분명 이에 대한 평가가 반영됐을 것으로 판단된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부산과 울산, 경남 지역의 40석 중 7석을 차지했다. 이를 두고 지역구도가 다시 심화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부울경 지역의 민주당 득표율은 20대 총선보다 올랐고, 특히 부산 지역은 18개 지역구 중 16개 선거구에서의 민주당 후보의 득표율이 모두 40%를 넘었다. 지역주의 심화보다는 수출과 내수, 고용의 ‘다중 쓰나미’를 겪는 대표적인 제조업 동남벨트에서 야권이 지역의 불만을 조직화하는 데 성공했고, 집권세력이 일자리 문제 해결에 대한 정책을 제시하는 데 실패했다는 분석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중앙선관위가 지난 5~6일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후보 선택 기준에 대한 질문에 ‘소속 정당, 31.1%, ‘정책ㆍ공약’ 28.7%, ‘인물ㆍ능력’ 25.2%, ‘정치 경력’ 5.5% 순으로 답했다. 그리고 응답자의 63.9%는 정책ㆍ공약을 인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20대 총선에서의 57.8%보다 6.1%가 높은 수치였다. 점차 유권자들은 정책ㆍ공약으로 각 정당과 후보자의 이미지를 형성해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선거 성패의 분석 또한 유권자의 선택적 지형의 변화에 맞춰, 그동안 중요하게 고려되지 않았던 정책공약 중심의 면밀한 분석이 필요한 이유다.
오현순 매니페스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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