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바람 살랑살랑 꽃 향기를 담다
국토가 좁다. 인구밀도로 따지면 우리 국민은 지구 상에서 가장 비좁게 사는 축에 속한다. 이토록 좁은 국토 중에서 67%의 면적이 산림인바, 산림은 바로 우리 모두의 소중한 자원이자 우리 삶의 터전이다. 국토의 어느 곳에나 주변에는 산이 있고 그 산은 국민 누구에게나 휴식 공간이 되어 삶에 생기를 불어 넣어 준다. 우리에게 산림의 효율적인 활용이 따라 주지 않는다면 우리 국민의 삶의 질은 어떻게 될 것인지.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뜻있는 단체와 국민이 산을 다듬고 가꾸어서 휴양림이나 수목원 등을 조성해 놓았다.
축령산과 은두산 자락 깊은 계곡 33만㎡(10만평)에는 원예학자인 한상경 교수가 1994년부터 매우 이상적인 산림활용의 예(例)로 아침고요수목원을 조성했다. 이 수목원은 단순한 식물수집 개념이 아니라 원예미학적인 관점으로 한국의 미를 최대한으로 반영, 계절과 주제별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수목원으로 꾸몄다. 한국정원의 참모습과 모델을 제시하며 한국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한편, 식물유전자원의 수집보전교육전시연구 등의 수목원의 다양한 목적까지 함께 수행하며 인간의 휴식과 심신의 치료에 기여하고자 했다.
1996년 개원 이후 현재까지… 영화 촬영지부터 맛집 등 보고 즐길거리 多
1996년 아침광장, 매화정원, 고향집정원 등 미완성의 상태로 개원하고 매년 특색있는 정원을 지속적으로 조성했다. 지금은 고향집정원, 분재정원, 에덴정원, 석정원, 약속의 정원, 하경정원 등 한국적 정서를 듬뿍 담은 총 20여 곳의 테마정원으로 이루어져 있는 ‘원예수목원’이 되었다.
약 300여 종의 백두산 자생식물을 포함, 5천여 종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는 이 수목원에는 3개의 전시공간도 열어놓고 있다. ‘아침고요’라는 수목원 이름은 인도의 시성 타고르가 조선을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고 예찬한 데서 따왔다고 했다.
개원 초창기인 1997년 최진실과 박신영이 출연한 영화 ‘편지’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이용객이 급증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 각종 언론에 소개되고 영화와 CF, 드라마 등 다양한 영상물의 단골 촬영장소가 되었고 지금은 연간 이용객이 100만명에 이르는 수목원으로 자리 잡았다. 아침고요수목원은 그동안 국공립 중심의 수목원 조성에서 사립수목원 조성의 붐을 일으키며 우리나라 수목원 확충의 전환점으로도 큰 역할을 하였다.
가평군 청평면에서 운악산이 있는 현리로 가는 37번 국도를 타면 멀지 않은 곳에 상면초등학교가 나오고 여기서 좌회전, 4㎞를 달리면 아침고요수목원에 닿게 된다. 이 거리, 가평군 상면 임초리와 행현리에는 10여 개의 대형 음식점들이 일년 사계 성업 중인데, 저녁 시간에는 휘황찬란한 불빛으로 불야성의 장관을 연출하기도 한다.
이곳의 지명 임초리(林草里)와 행현리(杏峴里)는 “이곳에 수목원을 조성하라”는 암시를 하는 듯한 지명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곳에 있는 음식점들에서는 잣두부 요리와 숯불 닭갈비, 막국수 등 이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을 위시 다양한 메뉴의 먹거리들을 차려내고 있다. 업소마다 대형버스가 주차할 수 있는 공간도 확보 돼있다.
아침고요수목원을 처음 조성한 한 사람의 의지가 척박했던 이 산골을 생기가 넘치는 부유한 마을로 만들어 놓았다는 사실에 새삼 찬사를 보내고 싶다.
봄나들이 봄꽃 축제, 4월의 핑크빛 벚꽃과 6만송이 튤립들의 합창
아침고요수목원은 전국 각지에서 이곳을 찾는 대한민국 국민들은 물론 수많은 외국인들에도 한국의 아름다운 꽃과 나무들을 선보이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목원과 식물원의 역할을 하고 있다.
계절따라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있는 아침고요수목원에서는 지금 화려한 봄꽃축제가 펼쳐지고 있다. 청정한 잣나무 숲 아래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산책길과 각종 꽃나무로 가득한 33만㎡의 아름다운 화단의 구석구석이 자연의 화려함으로 가득하다.
수많은 내ㆍ외국인 관람객이 찾는다는 이 수목원도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한산한 편이라고 한다. 하지만 자연의 섭리는 어길 수 없는 법, 구름다리를 건너서 수목원으로 들어서면 투명한 빛의 크로커스와 백목련의 꽃, 노오란 산수유가 풍성하게 피어 찾아온 손님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100년이나 된 분재작들이 전시되어 있는 분재정원에도 봄은 찾아와 파릇파릇한 새 잎들이 돋아나고 있다. 분홍빛 꽃 잔디가 하나둘씩 얼굴을 내미는 억새월을 지나면 진노랑의 귀여운 수선화가 가득 피어나 새봄의 생명력을 불어 넣어 주고, 꽃샘추위로 닫혀 있던 매화꽃의 꽃망울들도 속살을 들어내며 그윽한 향기를 내 뿜는다.
느긋하게 수목원을 거닐다 보면 봄꽃의 여왕이라 불리는 튤립 6만 본이 하늘길, 하늘정원, 달빛정원을 빼곡히 수놓고 있다. 알록달록한 색감의 튤립은 봄의 설레는 기분을 한껏 고조시킨다. 하늘을 찌를 듯 높게 뻗은 낙엽송 사이사이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펼쳐진 꽃 군락의 모습이 아름답다. 특히, 튤립과 교회가 어우러진 달빛정원은 새봄의 청명함을 담고 있어 아름다운 4월의 풍경을 만나볼 수 있게 된다.
수목원의 대표정원인 하경정원은 각 개체들의 어울림과 절제가 자연스럽게 표현된 정원으로 풍광이 뛰어나며 꽃 200여종과 목본성 식물 100여종도 만날 수 있다. 봄, 여름, 가을 내내 항상 꽃으로 가득한 하경정원 전체는 한반도의 지형으로 통일을 염원하는 모습을 담아 놓았다.
우촌 박재곤
사진=아침고요수목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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