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현직 중학교 교사가 2차 온라인 개학을 하루 앞두고 교육당국의 안이한 대처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1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현직 중학교 교사입니다. 수업 준비하다 답답해서 몇자 적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지난 주 목요일인 9일부터 중3과 고3은 온라인 수업을 진행 중이다"라며 글을 시작했다.
글쓴이는 "개학 첫 날부터 EBS와 e학습터, 위두랑 등 교육청에서 제안한 대부분의 학습 플랫폼에서 접속장애가 발생해 현장에 있는 교사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이 발만 동동 굴러야만 했다"며 "당시 미디어에는 전문적 방송시스템이 갖춰진 시범학교의 모습만 비춰주며 온라인으로 정상적인 수업이 가능하다며 자화자찬하기 바빴고, 대부분의 학교가 처한 현실을 왜곡하려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리고 어제인 14일 화요일, 16일 전면적인 개학에 앞서 전국의 모든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 테스트를 진행했다. 400~450만명 가량 되는 전국의 모든 학생들이 온라인 학습 플랫폼에 접속했고, 그들이 칭찬 일색하며 가려왔던 치부가 드러났다"며 "저희 학교가 사용하는 e학습터는 1교시 시작 시간인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약 4시간 가량 로그인이 되지 않았다. 중3 담임인 저는 오늘 말 그대로 대 혼란의 시간을 보냈다"고 전했다.
"정상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은 오후 1시가 지나서야 그날 학습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밝힌 글쓴이는 "현재 e학습터는 이제서야 서버증설 등의 이유로 긴급점검에 들어갔다. 개학을 코앞에 두고 이러한 점검이 어떠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 한가지는 그 대처가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명확한 대책없이 무리하게 강행한 온라인 개학의 직접적인 피해자는 학생이다. 대면 수업만 진행하던 교사가 제공하는 낮은 질의 온라인 교육이 학생들에게 얼마나 효과적일지 의문일 뿐더러 과제제출 위주의 수업은 학생의 하루를 고단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글쓴이는 "교사들의 불만도 상상을 초월한다"고 현실을 전했다.
그는 "온라인 수업을 위한 그 어떤 장비도 제공되지 않아 교육부에서 그렇게나 선전하던 실시간 화상교육을 시행하는 학교는 관내에 단 한 군데도 없다. 특히나 저를 포함한 일부 젊은 교사들을 제외하면 간단한 인코딩 프로그램도 다루기 어려워하는 분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많은 교사들이 수업 제작은 커녕 다른 동영상 끌어오기에 바쁘고 수업 제작에 앞서 나가면 앞서 나가는대로 욕먹고, 뒤쳐지면 뒤쳐지는 대로 눈치보기 바쁘다"며 "학교 현장을 무시한 '무기한 개학 연기'라는 교육부의 무책임한 말 때문에 직접적인 당사자인 학생들과 교사들은 하루하루 고통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삐걱대는 온라인 수업을 맛보며 탁상공론으로 온라인 개학을 강행한 그분들에게 존경을 표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2차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원격교육을 위한 학습 플랫폼이 약 400만명의 접속 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도록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초등학교는 e학습터, 중·고등학교는 EBS 온라인클래스를 이용하도록 권장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각 플랫폼이 제시한 동시 수용 가능 수치가 정확하지 않아 학생들이 로그인하지 못하는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원격 수업을 듣기 위한 장비를 준비하지 못한 학생도 적지 않다. 성급하게 추진된 온라인 개학이 뜻하지 않은 암초에 부딪히며 교육현장 곳곳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장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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