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단상] 코로나의 역설

지난해 말 중국에서 우한 폐렴이 유행이라는 뉴스가 관심을 끌었다. 우한 페렴은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아데노바이러스, 리노 바이러스와 함께 감기 같은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3대 바이러스의 일종이다. 코로나라는 이름은 이 바이러스의 입자표면이 왕관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사실 2003년의 사스도 정식명칭은 SARS 코로나 바이러스였고, 메르스는 MERS 코로나 바이러스였으니 코로나 바이러스 자체가 특별히 유별난 것은 아니다.

이번 바이러스는 지난해 발견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이다. 현재까지 발견된 코로나 바이러스는 7종이고, 코로나 바이러스를 포함해서 대부분 바이러스는 코, 인두, 목, 후두 등 상기도 부분에 작용한다. 이 경우 단순 감기가 된다.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기관지와 폐 등 하기도 부분까지 침투해 폐렴을 일으킨다.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질병사하는 환자들의 직접적인 사인은 폐렴일 경우가 많다. 위와 같이 감염된 환자들은 무증상이나 경증에 주로 해당해 사망률은 거의 제로 수준이다. 이중 10% 정도가 하기도 부분에 감염되어 폐렴이 되며 사망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세에 흑사병 즉 페스트가 재앙이 된 적이 있다. 시체에 검은 반점과 기름을 남기는 흑사병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쥐벼룩에 의해 매개되 페스트균이 일으키는 전염병이었다. 페스트는 기원전 3세기경에도 있었으나, 11세기경 십자군 원정을 계기로 본격 유행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아는 그 공포의 흑사병은 1347년부터 약 3년간 유럽인구의 거의 3분의 1을 앗아간 전염병 사건을 말한다.

그 무서운 페스트도 증상의 정도가 다양해서 가벼운 증세에서 사망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이었다고 한다. 페스트 이외에도 여러 종류의 전염병이 인류를 무차별적으로 공포에 몰아넣었는데, 14세기 이래 전염병이 인류를 엄습한 것은 거의 200여 회나 된다고 한다. 역사는 인류가 끊임없이 질병과 감염의 위협을 이겨내 왔음을 말해주고 있다.

21세기 들어서도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등 우리는 많은 감염병의 공격을 받아 왔지만, 이번만큼 심각하지는 않았었다. 사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에 이 정도로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상황은 이제 걷잡을 수 없이 커져서 세계 곳곳이 빠른 확진 자 증가와 물건 사재기에 신음하며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러나 지나친 공포나 혼란은 아무것도 해결해 주지 못한다. 서로에 대한 불신과 정부에 대한 비난은 심리적 공포와 사회적 혼란만 키울 뿐이다. 냉정하게 극복할 방범과 시스템을 찾아야 할 것이다.

다행히 대한민국은 질서를 유지하고, 심리적 안정을 찾아가며 관리시스템을 안착해 가고 있다. 처음에는 혼란스럽고 공포에 떨었지만, 곧 시스템을 가동하고, 일치단결하며,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하였던 것이다. 위기가 기회가 된다는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우선 자신감과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고, 다음은 사회제도적 변화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중요한 일례가 기본소득제도이다. 필요성을 알면서도 정책과 제도로 세우기에는 관습적 저항과 인식적 간극이 컸다. 코로나 위기를 계기로 재난 기본소득이라는 이름의 제도가 본격 논의되고 있다. 중앙정부, 지방정부 모두 나름대로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위기는 많은 위기 중 하나일 뿐이고, 언제 더 큰 위기가 올지 알 수 없다. 재난 기본소득은 일시적 위기타개책이지만, 이를 계기로 해서 기본소득의 항구적 시스템을 세울 수도 있을 것이다. 기본소득 구상이 잘된 사례들을 참고하여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들면 된다. 위기는 힘들지만, 극복하기에 따라 새로운 기회가 되기도 한다. 보편적 기본소득 시대의 시작, 그 새로운 문을 우리가 지금 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위기의 역설이다.

유필선 여주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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