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내일은 꼭

       내일은 꼭

                    -   주순옥

 선생님

 숙제 까먹었어요.

 그랬구나.

 맛있었구나.

 먹고 나서 

 껍질은 

 잘 버렸니?

 내일은

 먹지 말고

 꼭 챙겨오렴.

어렸을 적 “선생님이 숙제만 안 내주신다면 얼마나 신날까?” 하던 때가 있었다. 그만큼 숙제는 아이들에게 부담스런 것이었다. 요즘 아이들 가운데도 그런 아이가 있을 것이다. 숙제만 없다면, 그야말로 학교가 천국일 시 분명하다. 이 동시는 숙제를 까먹은 아이한테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이다. ‘그랬구나./맛있었구나.’ 숙제가 사과나 배쯤 되는 걸로 말씀하신다. 실실 웃음이 나오려고 한다. ‘먹고 나서/껍질은/잘 버렸니?’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웃음이 팡 터진다. ‘내일은/먹지 말고/꼭 챙겨오렴.’ 선생님의 당부 말씀이 회초리만큼 따끔하다. 이 동시를 읽다 보면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교육관을 바꿀 필요가 있지 싶다. 딱딱하고 엄한 교육보다는 초콜릿이나 아이스크림 같은 부드럽고 유머스러운 교육 말이다. 선생님의 나무람일지라도 아이들 기죽이지 않고 얼마든지 효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코로나로 개학이 연기돼 집에만 갇힌 아이들이 얼마나 학교를 그리워할까 싶다. 숙제를 산더미처럼 내준다고 해도 싫다고 하기는커녕 만세라도 부를 것 같다. 이 동시는 그런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려 골랐다. 내 어린 날의 추억 한 도막도 슬며시 끼워 넣고 싶어서.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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