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사상 첫 무제한 돈 풀기…사실상 양적 완화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통해 금융사에 무제한 자금 공급

▲ 사진 경기일보DB
▲ 사진/경기일보DB

한국은행이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으로 금융사에 유동성을 제한 없이 공급하기로 했다. 금리 정책이 아닌 사실상 양적 완화 조치로, 한은이 전액 공급 방식의 유동성을 지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시행된 적 없다.

한은은 2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4월부터 3개월간 매주 1회 정례 RP매입(91일 만기)을 통해 일정 금리수준 하에서 시장의 유동성 수요 전액을 제한 없이 공급한다고 밝혔다. 또 대규모 유동성 공급을 뒷받침하기 위해 RP 매매 대상 기관과 대상 증권을 확대하기로 했다.

입찰 방식은 한도 제약 없이 모집(고정금리) 전액을 배정하는 방식으로 하고, 입찰 금리는 ‘기준금리 + 10bp’를 상한으로 입찰 시마다 모집금리를 공고한다.

한은 관계자는 “전액공급 방식의 (한도 제약 없는) 유동성 지원은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당시도 시행된 적이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입찰 기간은 4월~6월 동안 매주 화요일에 실시하고 RP매매 대상 기관 및 대상 증권 확대 시기 등을 고려해 4월 첫 입찰은 내달 2일 시행한다. 7월 이후에는 그동안의 입찰 결과, 시장 상황 등을 종합해 연장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또, 한은은 공개시장운영 대상 기관과 대상 증권을 확대하기로 했다. 대상 기관은 현행 RP매매 대상 기관이 아닌 증권회사 중 7개 통화안정증권·증권단순매매 대상 기관 및 4개 국고채전문딜러다. 신한금융투자, 현대차증권, KB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교보증권, 대신증권, DB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등이 포함된다.

대상 증권은 한국전력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 한국수자원공사 및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발행하는 채권이다. 대출 적격담보증권도 RP매매 대상증권과 같게 공공기관 발행채권(8개)과 은행채를 추가한다.

시행일은 내달 1일이다. 유효기간은 RP매매 및 대출담보 대상 증권의 경우 내달 1일부터 다음해 3월 31일까지(1년), RP매매 대상 기관의 경우 기선정 대상기관의 유효기간에 맞춰 내달 1일부터 7월31일까지(4개월)로 한다.

이날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는 온라인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글로벌 금융위기보다는 엄중하고, 1997년 외환위기보다 여파가 더 커질지는 지나가봐야 알 것이다”라면서 “시장의 유동성 수요 전액을 제한 없이 공급하기로 결정한 조치는 사실상의 양적완화 조치로 봐도 무방하다”라고 말했다.

윤 부총재는 “정부가 보증한다면 회사채 매입도 할 수 있지만 민간 발행 채권 매입은 한은법 규정으로 정부 보증 없이는 시행이 어렵다”라면서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공감대가 생기길지는 다른 사항이다”라고 전했다.

민현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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