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최고의 백신은 연대와 협동

정신과 의사 프리드먼 박사는 뉴욕 타임즈의 기고문을 통해 인간의 본성은 두려움을 앞서는 이타심 있으며, 공포심을 버리고 이타심을 갖는 것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응하는 최선책이라 조언했다. 대중들은 새로운 위험에 대해서는 최악을 가정하는 경향이 있으나 인간은 자신만이 아닌 공동체 전체에게 이익이 되는 이타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결국 최고의 백신은 인간의 본성인 이타심이라는 주장이다.

이타심과 이기심을 주제로 한 인간본성론에 대한 논쟁은 오래전부터 치열하게 전개됐다. 분명한 것은 언제나 우리는 재난을 당하면 위기 돌파를 위해 친사회적이고 이타적인 행동으로 대응해왔다는 것이다. IMF 외환위기 때의 금 모으기 운동이 그랬고, 태안기름유출사고 현장의 피해복구를 위한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이 그랬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코로나19 사태는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고 신종 바이러스라는 예측불가능성에서 오는 두려움으로 인해 이성적 사고는 물론 이타심이 작동하기 힘든 상태로 내몰릴 수 있다는 점이다.

단적인 사례로, 주식시장이 주가 폭락으로 패닉에 빠져드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지난 19일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동시에 전일 종가 지수 대비 8% 이상 급락했다. 그로 인해 ‘서킷브레이커’와 ‘사이드카’가 동시에 발동됐다. 이른바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가 11년 4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주식시장이 위기가 닥치자 겁에 질려 한꺼번에 출구를 향해 질주하는 소떼와 같은 ‘군집행동(herd behavior)’을 보이고 있으며, “악마는 가장 뒤처진 사람을 잡아간다”며 아우성치고 있다. 자기 이익에만 민첩할 뿐이다.

패닉에 빠진 주식시장과 달리 시민사회는 두려움과 이기심에 앞서는 이타심으로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다. 기초수급자 할머니가 생활지원금을 모아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써 달라며 기부했고, 경희대생들은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을 돕기 위한 자발적 모금을 펼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에 적극 동참하고 있으며, 타인을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 착용이 보편화되고 있다. 각계각층의 모금과 물품 지원, 의료진과 공무원에게 보내는 감사의 손 편지, 광주와 대구 달빛동맹의 병상 나눔, 피해 농가를 돕기 위한 착한 소비 운동 등을 보면서 시민들은 연대와 협력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는 기회가 됐을 것이다. 그래서 코로나19의 극복은 백신과 치료제 개발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1990년대까지 서구의 진화론은 인간 행동의 동기를 이기심 하나로 설명했고, 이는 경제 이론 전반을 지배해왔다. 그러나 영장류행동 전문가인 드 발에 의하면 20세기 말에 이르러 어린아이와 유인원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인간의 두뇌는 타인의 고통에 반응하고 서로를 보살피도록 설계돼 있다고 밝혀낸다. ‘슈퍼협동존재(supercooperator)’로의 전환을 선언하게 이르렀다는 것이다. 사실 인간의 본성은 하나로만 설명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오히려 다양한 특성들이 공존체계를 이루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위기의 상황에서는 이타심이 이기심을 압도할 때만이 위기에 대항할 수 있는 본능적 감각을 인류는 내재하고 있다고 믿는다. 코로나 시국의 시민들의 숭고한 헌신, 연대와 협력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오현순 매니페스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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