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밤비

      밤비

                      - 신이림

 모두가 잠든 사이

 목마른 들판 촉촉이 적셔주는 밤비처럼

 아무도 몰래 찾아와

 우리들 가슴을 적셔주고 간 사람이 있지.

 동사무소 화단 한 귀퉁이에

 애써 모은 돈 다발 살그머니 놓아두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주세요.

 쪽지 한 장 달랑

 남기고 간 사람.

 우리 마을 어딘가에 살고 있을

 밤비 같은 사람.

 밤비는 밤중에 아무도 모르게 내리는 비를 말한다. 아침에 눈이 떠져서야 비로소 비가 다녀갔다는 걸 알게 되는 도둑 같은 비다. 그런데 그 도둑 같은 비가 고마운 것은 그 비가 매말랐던 땅에 거름을 줘 온갖 꽃들에게 생기를 불어넣는다는 것. 여기에 더욱 고마운 것은 그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리라. 시인은 밤비를 통해 우리들 가슴을 적셔주는 ‘보이지 않는’ 고마운 사람을 이야기하고 있다. ‘동사무소 화단 한 귀퉁이에/애써 모은 돈 다발 살그머니 놓아두고//-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주세요.’ 이런 뉴스를 우린 종종 보아왔다. 그리고 그때마다 가슴이 참 따뜻했다. 세상이 온통 차갑고 냉랭한 줄로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힘들게 모은 돈을 남을 위해 선뜻 내놓는다는 것, 그건 말이 쉽지 실행을 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그 어려운 일을, 그것도 이름조차 밝히지 않고 몰래 한다니! 어려운 일이 닥칠 때마다 팔을 둥둥 걷어 부치고 나서서 땀을 흘리는 사람들을 본다. 이번 코로나와의 전쟁에도 밤비 같은 이들이 있어 세상은 살 만하다는 걸 보여 준다. 사람이 희망이라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는 저 밤비 같은 사람들. 우리 모두 이들에게 뜨건 박수를 보내주자.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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