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경기 남부 후보자들, ‘국제공항’을 公約하라

8개 지자체 공항 유치 열기
수용성 집값… 화성 박탈감
공항과 함께 올 전철·개발

4년 전 선거 때는 이랬다. 군(軍) 공항 이전 문제였다. 수원, 그것도 서수원권 문제였다. 화성, 그것도 화성 일부 문제였다. 수원권은 당연히 ‘찬성’이라고 했다. 화성권은 당연히 ‘반대’라고 했다. 너무 뻔해 새삼 살필 것도 없다. 그리고 4년이 지났다. 상황이 딴 판으로 변했다. 이제 군민(軍民) 복합공항이다. 국제공항이 붙었다. 몸통이 바뀌었다. 공항은 광역교통시설이다. 경기 남부 모두의 것이다. 관심이 수원ㆍ화성을 넘었다.

지역마다 들고 일어났다. 8개 지자체에서 추진위가 구성됐다. 4일에는 이를 다 묶는 연합체가 떴다. 서명운동에 나서겠다고 한다. 순회 설명회도 연다고 한다. 4ㆍ15 총선에 맞춰 놓은 듯하다. 총선 후보자들을 압박하는 것으로 보인다. 해당 지역의 지역구만 19곳이다. 지역은 더 늘 것이고, 지역구도 더 늘 것이다. 이쯤 되면 답을 해야 한다. 공약집에 써야 한다. 달리 반대할 여지도 없어 보인다. ‘추진하겠다’가 맞을 듯하다.

필요한 이유는 차고 넘친다. 인구 2,570만 수도권에 공항 2개다. 1,285만명에 1개다. 강원도는 77만명에 1개, 전남ㆍ광주는 83만명에 1개, 경남ㆍ부산ㆍ울산은 265만명에 1개다. 누가 봐도 ‘하늘길 역차별’이다. 지방마다 공항 좀 더 달라며 아우성이다. 경기도의 신공항 요구는 차라리 늦었다. 인천국제공항ㆍ김포공항의 한계도 있다. 각각 2030년에 꽉 찬다고 국토부가 밝혔다. 경기 남부가 힘을 모아야 할 ‘신공항’이다.

여전히 키는 화성이다. 새로 옮겨갈 부지가 화성 땅이다. 비행기 소음이 날 곳도 화성 하늘이다. 8개 지역이 다 좋대도, 화성이 싫다면 끝이다. 공식 입장은 ‘강력 반대’다. 화성시청, 화성 정치권이 다 반대다. 국제공항도 걷어찬 지 오래다. 꼼수라고 했다. 아마도 이 지역 총선 공약집에는 또 이렇게 쓰일 것이다. ‘화성을 비행기 소음으로부터 지키겠다.’ 그런데, 이걸로 끝내면 안 된다. 반대해서 어쩌자는 건지 밝혀야 한다.

그 이유가 ‘수용성’이다. 수원, 용인, 성남의 집값 폭등이다. 용인, 성남은 그럴 수 있다. 과거에도 폭등했었다. 수원은 다르다. 이런 폭등이 처음이다. 요 몇 년 올랐다던 집값은 ‘광교’의 얘기였다. 이게 수원 전역으로 번졌다. 동쪽 끝 영통, 3억5천 아파트가 6억원으로 올랐다. 서쪽 끝 호매실동, 하루 다르게 오른다. 남쪽 끝 세류동, 분양 경쟁률이 수백 대 1이다. 중심에 우만동, 4억 아파트가 6억이 됐다. 시흥 안산도 이렇다.

화성은 어떤가. 이 와중에도 조용하다. 동탄을 떼고 보면 더 그렇다. 인접 지자체와 격차가 벌어진다. 화성 아파트 두 채가 수원 아파트 한 채가 됐다. 화성시민에겐 앉아서 날려 먹은 부(富)다. 주민들 속이 탄다. “보통리에 산다. 동네 진입로가 1차선이다. 출퇴근 때면 마을 길이 막힌다. 이게 화성이다. 철길이 1미터도 없다. 서울 오고 갈 전철이 없다.” 전직 구청장이다. 지금도 화성을 위해 활동 중인 그가 한 탄식이다.

맞다. 전철노선이 곧 지역 가치다. 요사이 셈법이 그렇다. 신분당선 타당성이 2020년 1월 통과됐다. 수원 집값이 확 올랐다. 신안산선이 2019년 9월 착공했다. 안산과 시흥 집값이 오르기 시작했다. 분당선에 3호선까지 더해지는 용인이다. 집값이 천정 부지다. 서울과 수원ㆍ용인ㆍ안산ㆍ시흥에 깔리는 철도망이다. 화성만 빠졌다. 수원ㆍ용인ㆍ안산ㆍ시흥 주민이 20분 걸릴 서울 길을 화성 주민은 ‘1시간’씩 가야 한다.

화성시민도 수도권 주민이다. 멋진 신도시에 살고 싶어 한다. 서울 가는 전철 타고 싶어 한다. 집값 올랐다는 소리 듣고 싶어 한다. 그런데 안된다. 들리는 게 한결같이 엉뚱한 뉴스다. 신분당선 발표되던 2020년 1월, 신안산선 착공하던 2019년 9월 9일…. 그때도 화성시 검색어는 ‘비행장 반대’, ‘주민 갈등 심화’였다. ‘경축, 신분당선 확정’ 현수막이 수원을 덮던 그때, 화성에는 여전히 ‘비행장 결사반대’ 현수막만 보였다.

지금이라도 따라잡아야 한다. 많이 늦었다. 전철만 해도 그렇다. 계획에 10년, 통과에 10년, 공사에 10년이다. 이번 총선에 밑그림이라도 제시해야 한다. 공항 찬성이 아니어도 좋다. 반대해도 된다. 다만, 그 반대엔 대안이 붙어야 한다. 비행장 없이 어떻게 전철을 끌어올지, 비행장 없이 어떻게 배후 신도시를 만들어 낼지, 이 구상을 반드시 밝히고 가야 한다. ‘대책 없는’ 비행장 반대, 이 선동의 효력은 4년 전으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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