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인류 역사와 바이러스, 중동과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등으로 인한 전염병과의 싸움은 인류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염병으로 14세기 흑사병과 20세기 스페인 독감을 들 수 있다. 14세기 후반 중세 시대 유럽 인구 3분의 1, 전 세계에서 7천500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가며, 중세의 사회적, 경제적 대변혁을 일으킨 흑사병의 원인은 쥐벼룩에 붙어사는 박테리아 질환인 페스트균이었다. 1347년 킵차크칸국의 몽골 기마병이 흑해 연안, 크림 반도 동부의 무역 기지 카파 항구를 공격할 때 흑사병으로 죽은 시신들을 투석기를 이용해 적진을 향해 던져 넣었는데 세균도 모르던 시절의 세균전이었다. 이렇게 원정과 교역에 나선 몽골군과 상인과 함께 해상교역로를 따라 서아시아, 이집트, 이탈리아 반도를 거쳐 유럽으로 퍼져 나간 페스트균은 중세 시대를 몰락시켰다. 흑사병은 감염자의 60~90% 숨질 정도로 치사율이 높았는데 흑사병이 지난 뒤 세계 인구가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 200년이 걸렸다고 한다.

20세기 스페인독감은 약 5억 명이 감염돼 제1차 세계대전사망자보다 많은 5천만 명 이상의 희생자를 냈으니 전쟁보다 무서운 질병이었다. 1918년 3월 미국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일부 지역에서 처음 발생한 맹독성 독감은 폭발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하여 당시 전 세계 인구의 3~5%가 목숨을 잃었다. 한반도에서도 무오년인 1918년에 대대적으로 퍼져 ‘무오년 역병’으로 불리며 740만 명이 감염돼 14만 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산된다. 미술 작품 ‘The Kiss’로 유명한 오스트리아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 프랑스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 독일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 막스 베버도 바로 스페인 독감의 희생자였다.

바이러스, 박테리아가 21세기 들어서며 또다시 인류를 전염병의 공포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2002년 중국에서 발생해 아시아 32개국으로 확산한 사스, 2009년 전 세계로 확산한 신종플루, 2012년 중동에서 발생한 메르스, 그리고 이제는 코로나19가 전 세계인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코로나19의 공포는 중동 전역을 뒤덮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레바논, 이란, 쿠웨이트, 바레인, 오만,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확진자가 발생했고 특히 이란은 중동 코로나의 진원지로 지목된다. 중국을 방문했던 이란인 확진자로 시작된 이란의 코로나 확산은 보건복지부 차관과 심지어 부통령까지 확진 판정을 받는 등 그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중동 지역 코로나 확진자 중 다수가 이란에 다녀온 방문자다. 중동 주변국들이 이란과의 국경을 폐쇄하고 항공편 운행을 중단하는 등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동이 전염병 대유행을 일으키기에 완벽한 장소가 될 수 있는 것은 중동지역의 종교ㆍ문화ㆍ역사적 특징에서 찾을 수 있다. 이슬람 예배당인 모스크에서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모여 가깝게 붙어 앉아 예배를 보기 때문에 바이러스 감염이 용이하다. 악수나 볼에 입을 맞추는 전통 인사법과 마스크를 쓰는 것이 익숙치 않은 사회적 분위기 그리고 시리아, 이라크, 예맨 등과 같이 내전이나 소요사태로 인해 의약품이나 의료시설이 부족한 상황 등이 중동 지역 코로나19의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

바이러스는 변신의 귀재다. 개발된 치료제에 재빠르게 새로운 형태로 스스로를 돌변시킨다. 바이러스 예방법은 향상됐지만, 치료에 있어서 아직 걸음마 단계라 한다. 인류가 바이러스를 통제할 수 있을까? 최소단위의 미생물인 바이러스 앞에서 인류는 다시 작아지고 있다.

김수완 한국외국어대학교 아랍어통번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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