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한 개의 단어로 만든 사전

한 개의 단어로 만든 사전

               - 손택수

아기는 아직 말을 하나밖에 몰라요

아기의 사전에는 아직 말이 하나밖에 없거든요

강아지나 자동차를 보고도 엄마

수저나 텔레비전을 보고도 엄마

아기에겐 세상 모든 것이 엄마로 통해요

엄마 하나면 통하지 않는 것이 없어요

배가 고픈지 잠이 오는지

말이 통하지 않아도 금방 알아듣는 엄마

며칠 전 수필가 L여사가 손녀를 보았다며 소식을 알려왔다. 바람결에 풀잎이 하늘거리듯 조금은 떨리는 음성으로 알려온 새 생명의 탄생! 지구 한 모퉁이가 갑자기 환해지는 걸 보았다. 이 동시는 ‘엄마!’ 말밖에 모르는 아기를 통해 엄마의 존재 가치를 보여준다. ‘강아지나 자동차를 보고도 엄마/수저나 텔레비전을 보고도 엄마//아기에겐 세상 모든 것이 엄마로 통해요/엄마 하나면 통하지 않는 것이 없어요’. 이 얼마나 놀랍고도 신선한 표현인가. 온 세상 모든 것이 엄마로 통한다는 것! 그렇다. 아기에게 있어 엄마는 세상 모든 것, 우주나 다름없다. 엄마의 품에 안기면 온 세상이 아기 것이 되고, 엄마 등에 업히면 호랑이나 사자도 무섭지 않다. 여기에다 엄마의 능력은 하나가 더 있다. ‘배가 고픈지 잠이 오는지/말이 통하지 않아도 금방 알아듣는 엄마’. 엄마는 아기가 말을 하지 않아도 금방 알아듣고 뭘 요구하는지 알아차린다. 엄마의 수신 안테나는 초능력의 힘을 지녔다. 아기의 마음을 미리 알고 보살펴 준다. 시인은 시를 전문적으로 쓰고 있지만 종종 동시도 빚어 어린이들의 방에 창문을 달아 준다. 오늘은 한 개의 단어로 두툼한 사전을 만들어 어린이들의 머리맡에 놓았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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