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문진영 경기도일자리재단 대표이사

‘적재적소’ 인력 배치… 양질의 일자리 창출 앞장

“3년 그리고 30년 역사를 공유하는 재단은 ‘조직 안정화’를 마치고 한 단계 도약합니다”

경기도일자리재단의 역사는 짧지만 길다. 3년 전 재단이 공식 출범하면서 최장 30년 운영되던 4개 기관을 통합했기 때문이다. 4개 기관은 경기북부여성비전센터(1991년), 경기도기술학교(1995년),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1997년), 경기일자리센터(2010년) 등이다. 수십 년 개별 조직이던 기관들을 묶다 보니 불협화음도 생기며, 정책ㆍ업무도 탄력을 받지 못했다.

이에 2018년 10월 취임한 문진영 재단 대표이사는 조직 안정화를 최우선 과제로 지목했다. 직원 의견을 경청하면서 기관의 인원을 과감히 교차 배치하는 등 부드러움과 강함을 동시에 선보였다. 이러한 개혁이 1년 반 지났고, 뿔뿔이 흩어졌던 수백 명의 직원은 이제 ‘경기도일자리재단’ 소속임을 자랑스럽게 얘기한다. 재단의 큰 변곡점을 맞아 문 대표이사는 사회적경제센터 신설, 청년정책사업단 운영, 플랫폼 노동자 정책 연구, 금융주치의 등 핵심 사업을 추진하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대표이사로 취임하고 16개월 정도 지났는데 그간 소회는.

재단이 다양성과 역동성이 존재하는 조직으로 변했다고 생각한다. 재단 출범 초기 4개의 다른 기관들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고, 그게 일정 기간 유지됐다. 기관들이 저마다 조직 문화가 존재하고, 다양한 사업들도 흩어져 있었던 만큼 여러 문제가 있었다. 더구나 재단 출범 과정에서 함께 했던 도청 공무원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면서 분위기도 어수선했다. 이에 조직 개혁 과정에서 ‘품위’를 떠올렸다. 노자의 도덕경에는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말이 있다. 조직 내부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이를 조직 내부에 반영해 ‘품위있는 개혁’을 실천했다. 아울러 취임 초 흩어진 사업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다른 기관 간 인적 자원 교차 배치 등으로 조직을 구성했다. 지금은 조직이 안정화되면서 사업들도 연계 효과를 내고 있다. 이처럼 일자리 지원 시스템의 단일화가 이뤄지면서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서비스를 이용하는 도민들 역시 만족감이 높다. 재단 가족들이 모두 합심해서 이뤄낸 성과다.

-올해 재단 운영 방향을 소개하자면.

재단의 존재 이유는 ‘더 많은 사람이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에서 일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올해도 청년, 중장년, 여성 등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의 일자리 상황이 나아지는 계기를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사업의 지속성을 담보하면서 내실을 다지기 위해 연구와 사업을 동시에 수행하는 방향을 주목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들이 사회적경제센터, 플랫폼 근로자를 위한 사업, 청년정책사업단 등이다.

-우선 사회적경제센터를 설명하자면.

올해 신설될 경기도 사회적경제센터는 사회적 경제에 대한 인식 부족 및 성장 기반이 부족한 상황에서 공공의 자원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간 연결점이다. 과거 ‘경기도 따복공동체지원센터’를 이어받으며,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업체들의 고용 증대 및 수익성 담보를 위한 생태계를 설계하는 기관이다.

롤모델은 스페인 바스크 지역의 몬드라곤이다. 이는 스페인의 노동자협동조합이며, 사회적경제의 가치(한 명을 위해 일하고 그를 부유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모두를 위해 노동)를 지향하면서 스페인 GDP의 일부를 책임질 정도로 사업 성과도 인정 받았다. 재단은 광역 지원조직으로서 도내 사회적경제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민관 거버넌스를 구축해 사회적경제 연대 기반을 조성할 계획이다. 아울러 사회적경제 정책 홍보 및 접근성 높은 정보 제공 등을 통해 도민들의 사회적경제 인식 및 인지도를 높일 방침이다.

-이재명 도지사가 관심을 두는 플랫폼 노동자 영역도 준비한다는데.

대리ㆍ택시운전, 배달앱 등 플랫폼 경제가 가능해지면서 플랫폼 노동자라는 새로운 고용형태가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명확한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으면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는 더 요구되는 실정이다. 이에 재단은 연내 이들에 대한 고용연구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경기연구원, 한국노동연구원 등과도 협의를 거쳐 관련 연구를 준비 중이다.

연말 통계청에서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규모ㆍ정의 등이 파악된다고 들었다. 관련 자료를 통해 재단의 정책 연구도 속도를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재단 내부적으로도 최근 시무식을 마치고 전 직원들이 영화관에서 켄 로치 감독의 영국 영화 ‘미안해요 리키(플랫폼 노동자 애환을 표현)’를 함께 감상하면서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정책 필요성을 되새겼다.

-다른 사업 중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5월 출범 예정인 청년정책사업단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청년들 스스로 필요로 하는 정책을 제안하고 이를 현실화할 수 있는 발판으로 마련된다. 청년들이 직접 정책을 제안해 실현하고 이에 대한 책임도 지는 방식이다. 서울시의 청년청 규모는 아니겠지만 청년정책사업단을 출범하고 나중에 독립ㆍ확대하는 게 목표다.

이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된 ‘금융주치의 사업’이 있다. 해당 사업은 금융권 경력 5년 이상의 신중년 퇴직자를 선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재무 진단을 제공하는 것이다. 신중년으로 일컫는 퇴직 전문가들과 사회적경제조직의 1대 1 전담 컨설팅을 통해 신중년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사회적경제 조직은 경험ㆍ연륜이 쌓인 전문가의 컨설팅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해당 사업을 극찬, 문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했다. 특히 이번 사업은 재단 내부 직원의 아이디어로, 재단 조직 안정화가 빛을 발한 사례 중 하나다.

-도민들이 재단에 기대하는 역할 중 하나인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복안은 무엇인지.

재단은 일자리 문제의 해결을 위해 3가지 미스매치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보상의 미스매치다. 일하는 청년사업처럼 노동과 그 보상이 어긋나지 않게 사업을 준비하겠다. 둘째, 기술(숙련)의 미스매치다. 기술학교나 여성새일센터 등을 통해 기업이 원하는 숙련자를 배출해 해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보의 미스매치다.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들이 필요한 정보를 찾는 창구가 많지 않다. 재단에서 운영하는 일자리 플랫폼 ‘잡아바’가 도민들의 수요를 맞출 수 있도록 노력했다.

이와 함께 재단은 일자리 자체가 부족한 현실 속에서 취약계층의 실업과 불안정한 고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사회적 연대에 기초한 공익성ㆍ사회적 일자리의 개발ㆍ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다양한 사업을 통해 취약 계층의 일자리를 창출, 일자리 문제 해결의 마중물로 작용하기를 기대한다. 이는 사회적 가치 창출뿐만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할 말은.

아직도 경기도에는 청년 일자리 부족, 4050 신중년의 재취업 문제, 경력단절 여성의 취업, 소상공인들의 경영 어려움 등 다양한 일자리 문제가 존재한다. 재단은 주력 산업 고용 창출력 저하 및 자영업 부진에 따른 고용 충격을 덜어줄 양질의 일자리 발굴ㆍ추진에 중점을 두고 있다. 작은 영역이라도 여러 분야의 공익적 일자리를 발굴, 지역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겠다. 동시에 사회적경제 연구 및 정책기획 기능 강화 등을 통해 경기도 맞춤형 사회적경제 정책 발굴 및 모델을 제시하겠다.

처음 임명 당시 사회복지학 교수 출신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일자리와 사회복지 간 연관성을 모르겠다는 얘기가 있었다. 그러나 일자리나 사회복지 모두 수요자를 명확히 파악, 정책 수혜자에 적확한 내용을 제공하는 공통점이 있다. 서비스ㆍ일자리가 필요한 사람을 파악하고, 그 사람에게 정책이 제대로 제공됐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학자로서 생각ㆍ공부할 때와 달리 기관의 장으로서 매번 무거운 책임감이 어깨를 누르지만 일자리재단 가족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여승구기자

사진=조주현 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