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아베노믹스의 성장 엔진은 꺼졌는가?

2012년 12월 아베노믹스 시행 이후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불리는 장기불황에서 벗어나서 ‘아베노믹스 경기’라고 불리는 장기호황을 경험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내각부가 발표(2020년 2월 17일 공표)한 2019년 10~12월 분기의 GDP(국내총생산) 속보치(통계)에 의하면 일본 경제는 5 사분기 만에 GDP 마이너스 성장(실질, 0.4%)을 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경제의 경기후퇴가 시작되었다”, “아베노믹스의 성장엔진은 꺼졌다”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이번 GDP의 감소의 원인은 무엇일까. 향후 일본 경제의 전망은 어떠한가.

우선 이번 GDP의 마이너스 성장은 2019년 10월의 소비세(일종의 부가가치세) 증세(8%에서 10%로의 소비세율 인상)의 영향이다. 일본 정부는 소비세 증세가 개인소비 감소를 통해 아베노믹스의 실속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인식했지만, 한편 일본의 재정건전성(GDP 대비 채무잔고가 200%를 넘고 있음)을 고려하면 소비세 증세가 불가피했다. 사실 기존에 일본 내에서는 2019년 10월 소비세 증세에 따른 소비 감소에 따른 경기위축 효과는 그렇게 심각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 정부는 소비 감소 효과를 회피하기 위해 소비자가 현금이외의 결제수단(신용카드, 전자화폐 등)으로 결제할 경우, 소비자에게 포인트를 돌려주는 포인트환급제도를 도입했다. 그럼에도 이번 GDP의 성장률은 예상보다 나쁜 결과였다.

이처럼 2019년 10월의 소비세 증세가 그 이후 일본의 개인소비 감소를 통해 GDP 마이너스 성장을 초래한 중요한 계기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아베노믹스 시행 이후에도 일본의 개인소비 증가가 정체되어 있는 상황이 계속되어 왔다는 것이다. 전후 최장기 호황인 ‘아베노믹스 경기’ 하에서 일본 경제(2013년~2018년)의 경제성장률은 실질 1.2%에 불과하다. 이는 글로벌 경제위기 직후인 2008년~2012년 사이의 경제성장률(실질 0.2%)과 비교하면 개선된 수치이지만, 아베노믹스의 경제성장 목표치(실질 2%)와 비교하면 제한적인 성과이다. 즉, 아베노믹스 하에서의 낮은 경제성장률은 아베노믹스 하에서 개인소비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아베노믹스 시행 이후 소비자들의 ‘디플레이션 마인드’(앞으로 물가하락을 예상해 소비 등을 소극적으로 하는 심리)가 해소되었다면 이번 소비세 증세에 따른 소비감소 폭이 크지 않았을 것이며, 증세 이후 소비감소가 발생해도 단기간에 소비심리가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소비세 증세는 일본 소비자들의 디플레이션 마인드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2019년 10월의 소비세 증세뿐만 아니라, 최근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는 일본의 해외 관광객 등의 감소를 초래하는 등 일본의 소비침체를 장기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종래 일본 경제는 적어도 도쿄올림픽(2020년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호황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이번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도쿄올림픽의 연기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2020년 2월 32일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코로나19로 세계 경제 하방압력”을 받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일본 경제는 대외적으로는 코로나19, 미중 무역갈등이라는 위협에 직면해있고, 국내적으로 저출산고령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디플레이션 마인드가 좀처럼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앞으로 일본 경제가 대내외적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또는 이번 위기에 실속할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일본 경제에게 코로나19도 문제지만, 여전히 저출산고령화의 진전과 함께, 일본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디플레이션 마인드의 해소가 중요하다.

박성빈 아주대 일본정책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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