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굳은 소비심리가 지표로 나왔다. 이번 조사는 국내서 확진자 수가 급증하기 이전에 시행돼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심리 타격은 아직 완전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6.9로 한 달 전보다 7.3P 급락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유행한 2015년 6월과 낙폭이 동일했다.
이번 조사는 확진자가 급증하기 전인 2월 10∼17일 시행됐고, 확산 추세에 변동이 없다면 3월 소비심리지수의 추가 하락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구·경북 중심으로 확진자가 쏟아지기 시작한 것은 이달 20일부터다.
이번 달 소비심리지수 낙폭은 2008년 조사 시작 이래 세 번째로 큰 폭이다. 가장 큰 낙폭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10월(-12.7P)에 있었고, 두 번째는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2011년 3월(-11.1P)이었다. 세 번째는 2015년 6월 메르스 때와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올해 2월이다. 2015년 메르스 당시 6월 소비심리지수가 7.3P 떨어지고서 7월부터 반등하기 시작해 상승세가 11월까지 지속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소비심리는 움츠러들었다. 지난 설 명절 이후 전통시장, 대형마트, 백화점, 복합쇼핑몰에는 소비자 방문이 줄어든 상태다. 지수를 구성하는 세부 항목들이 큰 폭 축소됐고 취업기회, 임금, 물가상승률, 금리 수준 등에 대한 전망이 전방위적으로 악화했다. 소비지출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와 가계수입전망 CSI는 4P씩 내리며 각각 106, 97을 보였다. 소비자들이 지금 경제상황을 어떻게 보는지를 나타내는 현재경기판단 CSI는 12P 급락한 66이었다. 향후경기전망 지수도 11P 떨어진 76을 나타냈다. 소비자들이 코로나19가 우리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현재생활형편 지수는 2P 내린 91, 생활형편전망 지수는 4P 떨어진 93으로 가계의 재정상황에 대한 인식도 악화했다. 취업기회전망 지수는 7P 하락한 81로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임금수준전망 지수는 3P 내린 116, 금리수준전망도 3P 하락한 92였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등의 영향으로 경기 관련 지수가 내린 가운데 가계 재정 상황에 대한 인식도 나빠졌다”라면서 “조사가 17일까지여서 국내에서 상황이 심각해진 부분은 반영이 덜 됐다”라고 말했다.
향후 1년간의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을 보여주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0.1%P 떨어진 1.7%로 역대 최저 수준인 지난해 12월 수치와 동일했다. 지난 1년간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인 물가인식은 한 달 전과 같은 1.8%를 기록했다. 민현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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