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코로나보다 더 혼란스러운 정부의 대응

문재인 대통령이 곧 코로나 사태가 종식될 거라고 말했던 그때 전국 곳곳에서 환자가 속출했다. 초기 대응의 실패로 신규 감염자가 100명을 훌쩍 넘었고 사망자도 발생했다. 증상이 없다고 음성 판정을 받아 퇴소한 사람의 아들이 감염되는 일도 벌어졌다. 중국과 일본에 정박한 크루즈선을 제외하면 확진자는 한국이 가장 많아졌다. 전문가들은 입국 통제 강화는 물론 기존의 방역체제도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문 대통령은 무시하고 오락가락한다. 불안해하지 말고 경제활동을 하라고 말했다가 경제가 비상한 상황이라며 모든 대책을 동원하라고 지시했다. 이 와중에 시진핑 중국 주석에 전화해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라고 말했다. 코로나보다 정부의 대응이 더 혼란스럽다.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환자가 발생했던 미국은 대응이 전혀 달랐다. 미국의 코로나 위기관리대응은 전문가 중심이었고 시스템에 따라 진행되었다. 반면, 한국은 대통령 중심이었다.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자 미국이 취한 첫 번째 조치는 전문가들이 나서서 위험성을 경고했고, 이에 따라 대통령은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2주 내 중국을 다녀온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해 확산을 막았고, 중국의 반발에 대해서는 시민의 안전이 우선이라고 일축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전문가는 뒤로 밀어두고 대통령이 나서서 불안해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사태가 심각해지자 의료기관을 나무라고 정작 코로나의 추가 감염 요인을 차단하는 조치는 소홀했다. 허술한 위기관리대응시스템이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전염병의 피해는 병 자체보다 80~90%가 불안 심리에 기인한다고 한다. 전염병 불안 심리를 줄이는데 대통령보다 전문가가 더 중요하다. 미국은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 코로나 환자가 아니라면 마스크를 쓰지 말고 손 씻기를 권고했다. 예방 효과는 크지 않고 불안 심리만 키우기 때문이다. 덕분에 미국은 코로나의 충격을 조기에 극복했다.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한 1월 31일 이후 2주일도 되지 않아 미국 경제의 흐름을 보여주는 S&P 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2월 10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충격은 중국에 공장이 있는 애플이 생산에 차질이 생기는 정도고, 탄탄한 경제 기반 덕분에 고용은 예상보다 훨씬 많이 늘었고 기업의 실적도 예상보다 양호했다.

우리나라는 정부 스스로 신뢰를 떨어뜨려 코로나 불안 심리를 키웠다. 대통령은 마스크 쓰고, 서울시장은 한 수 더 떠 팔꿈치 악수하라며 공포심을 키웠다. 그러면서 마스크를 중국에 대량으로 보낸다고 하니 마스크 매점매석이 발생했고, 이를 단속한다고 또 난리가 벌어졌다. 게다가 대통령과 장관들은 선거 지원한다고 사람들 모아놓고 행사까지 벌였다. 정부의 혼란스러운 코로나 대응으로 경제는 더 꽁꽁 얼어붙었다. 반도체 빼고 전 산업이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았고,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높아 충격을 회복하는데 시간도 길어져, 금년도 성장률은 1%대로 추락할 것이라 예상된다.

코로나 사태는 지역사회 감염으로 더 악화했다. 이럴수록 정부는 위기관리의 ABC에 충실해야 한다. 과학적 판단을 정치적 판단에 우선하고, 우리나라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며, 정부에 신뢰를 느끼도록 행동거지를 조심하고,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해야 한다. 정부에 대한 불신은 광우병, 세월호, 원자력 괴담으로 이어진 바 있다. 괴담을 만든 주체가 현 정부의 지지세력이라고 안심할지 모르나 코로나도 괴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문제를 막으려면 정부는 지금이라도 우리나라의 코로나 문제에 관심을 집중하고, 전문가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