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현장] 도내 공방, 음악·미술교실

커뮤니티로 그림 그리고 공예·노래교실까지 
이 겨울, 문화로 취미생활 즐기자!

겨울철은 전시와 공연이 상대적으로 적어 문화 활동을 즐기기에 애로가 큰 계절이다. 더욱이 날씨가 춥다면 집 밖으로 나오기도 힘들어 자연스레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 집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매체와 가까워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달 도내 평균기온은 영하 3.6~2도로 평년보다 다소 따뜻해 ‘이불 밖은 위험해’라는 말도 올해는 무색하다. 문화활동을 배울 수 있는 도내 공방, 음악·미술교실과 함께 겨울을 즐겨보는건 어떨까. 

지역주민을 위한 문화 커뮤니티로 거듭나다… “말 없이 혼자서만 하는 예술활동은 그만”

“그림에 막연하게 관심만 가지다 퇴직 후 시작하게 됐는데 동년배는 물론 자식뻘 되는 이들과도 함께 그림과 감정을 교류할 수 있어서 좋아요”

“그림 그리기를 자기 표현의 일환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혼자서 수동적으로 그렸다면 이렇게 즐기지 못했을 거에요”

지난해 8월 오픈한 수원 소재 ‘카페 페스티부스’(수원 영통구 매탄로 79번길 32)에서 매일 오전 그림을 그리는 한명희 씨(62)와 곽민경 씨(27)는 이 곳에서 그림을 그리게 된 동기와 문화 커뮤니티 참여 의의를 설명했다. 카페 페스티부스는 화가이자 전시 기획자인 천지수 대표가 상주해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하는 카페 겸 문화 커뮤니티 공간이다. 보통 원데이 클래스와 월 4~8회 정기수강 수업으로 진행되며 아크릴, 드로잉, 콘셉트화 등 다양한 형태의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콘셉트화로는 커플과 반려동물은 물론 자화성과 종교화 등도 포함돼 있다. 직장인을 위한 주말 클래스도 마련돼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하고 있다.

일반 미술학원과의 차별점은 어느정도 수준에 올라 전시를 희망하는 수강생이 있다면 전시 기획자로 활동 중인 천 대표가 기존 전시와 연계해 참여하게 끔 도와준다. 아울러 개개인의 그림에 맞는 재료도 제공해 다양한 작품을 그릴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됐으며 천 대표의 기획사 소속작가들에게도 수업및 작업공간을 제공해 교류의 폭을 넓혔다.

카페 페스티부스는 미술 교실을 넘어서 하나의 문화 커뮤니티로도 운영돼 의의가 깊다. 매달 한 차례씩 열리는 드로잉 파티는 ‘그림을 그리는 클럽’처럼 운영돼 젊은 세대의 문화 교류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카페를 같이 운영하는 공간 특성상 다양한 음료도 함께해 호응도가 높다. 곽 씨는 “카페 페스티부스에서 행복과 재물을 상징하는 해바라기를 그리며 올 한해 대박을 기원하고 있다”라며 “내가 그린 그림, 드로잉 파티에서의 교류를 통해 다양한 형태로 자기 표현을 할 수 있게 됐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제는 수원의 명물이 된 인두화 교실도 빼놓을 수 없다. 수원의 1세대 인두화 작가로 유명한 이건희 작가(55)의 ‘이건희인두화창작소’(수원 팔달구 신풍동 69)도 약 30~40명의 문하생과 함께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인두화는 숙련자의 경우 그림을 직접 그리고 초보자는 도안을 이용해 밑그림을 확보한다. 이어 먹지를 이용해 밑그림을 나무판에 새긴 후 인두로 해당 부위를 태워 하나의 작품으로 만든다. 탄 부위 특유의 모노톤에는 매료되지 않는 이가 없다. 창작소는 무료 특강과 일반 정기강좌는 물론 신입사원 연수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운영한다. 

주말에는 인두화 체험도 할 수 있어 커플 단위 고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어 지역 주민을 위한 또 하나의 문화 커뮤니티로 거듭났다.

“낯설게만 생각하지 말아요”… 장벽 낮아진 도자기·가죽 공예

도자기와 가죽 공예는 더 이상 장인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도자기의 경우 이제는 문화회관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강좌로 자리잡은지 오래이며, 가죽 공예도 공방을 통해 자신만의 스마트키 케이스는 물론 지갑과 팔찌를 만드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먼저, 이천 소재 ‘남양도예’(이천 신둔면 도자예술로 6번길 111)에서는 도예가 51년차이자 이천시도자기명장 인증을 받은지 16년차가 된 남양 이향구 선생(67)에게 도자기 공예 수업을 받을 수 있다. 그의 도예 기법은 물레성형으로 점력이 강한 싸리산점토와 무안점토 등을 사용해 작품을 만든다. 물레에 점토를 올려 수분을 먹인 후 3~5㎜ 두께로 도자기를 빚어낸다.

이때 빚어낸 도자기는 화로에 넣어 950도 온도로 구워낸다. 이때 구워내는 시간은 도자기 종류와 크기에 따라 상이하나 일반적으로 8시간에서 하루 정도 걸린다. 이후 다시 하루 간 도자기를 식혀낸 후 규석과 석회석, 나무재 등으로 만들어낸 유약을 도자기에 발라 1천250~1천260도 온도의 화로에 또 3~5일간 구워낸 후 작품을 완성한다. 이때 만들어진 작품은 화로 속에서 수축해 초기 작품 대비 약 17% 줄어든 크기로 완성된다. 수업은 반복 연습을 콘셉트로 작은 작품을 제작, 교정, 화로 작업 등으로 나눠 2~3시간 동안 진행하나 수강생이 희망할 경우 12시간 이상 함께하며 단기간에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지도하기도 한다. 

성남에 위치한 ‘볼드 가죽공방’(성남 분당구 백현로 144번길 24)도 나준수 대표(33)의 체험수업과 정규수업을 통해 가죽 공예를 할 수 있다. 체험 수업은 카드지갑, 열쇠고리, 팔찌 등 작은 작품을, 정규수업은 큰 지갑과 가방 등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품을 주로 만든다. 나 대표의 수업은 종이 패턴을 만들어 첫 도안을 완성한 뒤 가죽 재단에 들어간다. 가죽 재단은 패턴을 가죽 위에 씌운 후 선을 그어 모양을 만든 뒤 가죽 바느질과 망치질, 본드질을 통해 작품을 만든다. 가죽 색상은 7~8가지에 이르며 이태리 수입산 소가죽을 사용한다. 미싱을 사용하면 기성품 같다는 생각에 나 대표는 미싱을 사용하지 않는다.

나 대표는 “보통 스마트키 케이스는 5~7일, 가방은 2~3주 가량 작업해야 완성할 수 있다”라며 “약간의 시간과 정성이 있다면 가죽공예는 전 연령층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취미 생활”이라고 말했다.

트로트, 발라드, 민요가 한 자리에… ‘노인을 위한 공간은 있다’

“사랑~ 그 사랑이~정말 좋았네~”, “잘하셨어요. 사랑~ 부분에서 랑을 끊지말고 자연스럽게 그 사랑이~ 부분으로 넘어가시면 됩니다. 다시 해볼까요?”

지난 8일 오전 11시 수원 소재 ‘송봉수음악교실’(수원시 팔달구 향교로 139 지하1층)은 주현미의 ‘정말 좋았네’, 민수현의 ‘홍랑’ 등 트로트와 발라드 곡이 울려퍼져 건물 지하를 꽉 채우고 있었다. 수강생은 50~70대 중장년층 어르신들로 구성돼 트로트 가수 송민석 씨(33)에게 악보를 받아 그가 틀어주는 노래방 기계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피드백을 받았다. 곡 선정은 수업 3~4일 전에 송 씨에게 카카오톡과 문자 메시지로 희망곡을 보내면 그가 해당 곡의 악보와 수업 내용을 준비해 이끌어 가는 형태다.

약 2시간 가량 진행되는 이 수업은 단순히 트로트나 민요 등에 국한되지 않고 어르신들이 젊은 감성을 담은 곡을 부르고 싶다면 발라드도 준비해 시대를 넘나드는 곡 선정을 하기도 한다. 수업에 참여한 김순미(63·가명) 어르신은 “젊었을 적부터 외향적이라 집 안에만 있기에는 좀이 쑤시는데 겨울철이 되면 갈 곳이 한정돼 고민이 많았다”라며 “청년층을 위한 실용음악교실은 많은데 중장년층을 위한 음악교실이 많지가 않아 아쉬웠는데 비슷한 연령대 사람들과 과거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곡을 부를 수 있어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송 씨도 “어르신들께 서로 즐기고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 기쁘며 앞으로도 더 좋은 수업으로 찾아뵙겠다”라고 말했다.

글·사진_권오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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