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식탁 청소

식탁 청소

                  - 정혜진

 -와! 맛있겠다.

 축구하고 들어온 아들

 식탁에 차린 음식 앞에서

 싱글 숟가락

 더블 젓가락

 순발력 그 힘으로

 신속하게 빨아들인다.

 -벌써 다 비웠어?

 -빨리 청소하려고요.

 흐뭇하게 웃는 엄마

 폭풍 칭찬 한마디

 -성능 좋은 진공청소기구나.

시 속에 이야기를 넣으면 맛있는 과일(시)이 된다. 이 동시가 그 본보기일 터. 밖에서 축구를 하고 들어온 아들이 식탁의 밥을 보자 허겁지겁 퍼먹는 장면을 시에 담았다. ‘싱글 숟가락/더블 젓가락/순발력 그 힘으로/신속하게 빨아들인다’. 재미있는 것은 밥 먹는 것을 ‘빨아들인다’로 보고 있는 것. ‘진공청소기’란 표현이 웃음을 자아낸다. 이 진공청소기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이 더없이 행복하기만 하다. 시인은 동시를 통해 삶 속의 행복을 깨우쳐주고 있다. 엄마가 정성들여 지은 밥을 즐겁게 먹는 아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행복이란 멀리 있지 않고 우리들의 일상 속에 있다는 것, 거창한 것이 아니라 아주 사소한 것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외국에서 오랜 동안 의사 생활을 한 마종기 시인의 수필이 생각난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중환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단다. 살아오는 동안 어느 때가 가장 행복했냐고. 그랬더니 다들 일상 속에서 보낸 가족과의 사소한 일을 꼽더란다. 행복이란 그런 것이다. 아파트 평수에 있는 것도 아니며 빙글빙글 돌아가는 회전의자 속에 있는 것도 아니다. 따뜻한 밥 한 그릇이면 더 없이 좋은 게 사람 사는 즐거움이요 행복이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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