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지난 1월 28일부터 북·중 간 무역을 중지시키고 비자발급도 중단했다. 의료 방역체계가 부실하고 의약품이 부족한 북한 입장에서는 중국과의 교류를 잠정적으로 차단하는 초강수를 선택한 것이다. 이로 인해 북한 관광산업의 주요 수입원인 중국 관광객 유입도 중단됐다.
아쉽게도 북한은 여러 관광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던 중이었다. 최근 2년 동안 김정은 위원장은 양덕, 원산, 삼지연 등 주요 관광지 개발 현장에 15차례나 현지지도를 나가기도 했다. 유엔(UN) 제재 때문에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렇게 정성을 들여 건설했는데 막상 관광객이 찾아주지 않으면 헛수고가 된다. 북한 입장에서도 뭔가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지금의 상황을 활용해 남북 관광교류를 재개하는 절호의 기회로 삼을 수는 없을까. 북한에 새로 조성된 관광지에 중국 대신 남한 관광객이 첫발을 내딛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북한과 협의를 진행하자. 물론 우리도 당분간 코로나 바이러스의 방역에는 만전을 기하되, 계절이 바뀌면 남북한 관광을 즉시 활성화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관광산업은 여러 면에서 파급 효과가 크다. 북한 입장에서는 관광 서비스에 종사하는 주민들의 소득수준을 높일 뿐만 아니라 외화 획득의 중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경제제재로 인해 주요 수출품목의 거래가 금지된 상태에서는 더욱 그렇다. 만약 한국인 단체 관광객을 직접 받는 것이 문제가 있다면, 제3국 여행사를 통해 개별 관광객을 맞이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북한 방문을 원하는 관광 수요를 만족하게 할 수 있고, 접경지역의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으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공간을 확보하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 아울러 남북한을 함께 둘러보는 연계 프로그램을 만들면 신규 해외 관광객 유치도 가능하다. 남북한이 상생하는 길을 우선 관광 분야에서 찾아보자.
남북 관광교류의 부수적 효과는 매우 클 것이다.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면서 사회·문화적으로 좀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국인 여성과 북한군 장교 사이의 로맨스를 소재로 한 TV 드라마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스토리 전개는 다소 비현실적인 상상에 바탕을 뒀지만, 북한 주민의 생활을 묘사한 장면들은 북한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보인다. 하물며 직접 현지를 방문해서 관광을 한다면 서로 이해를 증진시키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어디를 가보면 좋을까. 평양과 원산 사이에 위치한 양덕 온천문화휴양지는 지난해 말 완공됐다.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는 올해 4월 15일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밖에도 백두산·삼지연, 개성 한옥마을, 평양 거리, 묘향산, 칠보산 등 지역도 한국 관광객에게는 매력적인 장소가 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미국도 기본적으로 경제제재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주권국가로서 내리는 우리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시키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도 남북한의 교류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절실하다. 2020년을 북한 방문의 해로 만들어 보자. 올해 여름에는 원산의 수려한 명사십리 해변에서 휴가를 보내는 것을 상상해 본다.
민경태 통일부 통일교육원 교수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