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한 달 사이에 바쁘게 두 번의 새해를 맞이하고 보내드렸다.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과거를 떨쳐버리고 싶은 듯이 얼른 맞이하고 보내드렸다. 그럼에도, 지난 세월에 기웃거리며 미련을 두는 이유가 뭘까?

에드워드 카에 의하면 역사란 잃어버린 조각이 많은 대규모의 그림 퍼즐이고, 현재의 눈을 통해서 현재의 문제에 비추어 과거를 봄으로 성립되는 것이라고 하였다. 무슨 말일까? 인간의 역사에 있어서 과거와 현재는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에 있고, 심지어 알지 못하는 미래까지도 예상하면서 퍼즐을 짜 맞출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일 것이다. 그러니 그런 현재가 과거에 비추어 얼마나 당당하겠으며, 미래는 얼마나 희망적이겠느냐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인간의 역사는 한 마디로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연결된 선 위에서 곡예하는 서커스와 같다 할 수 있겠다.

지난 한 해 우리 사회는 정치 경제적으로 지독한 양극화를 겪으며 절뚝거렸다. 해방정국의 좌우대립을 능가하는 극단적인 정치적 대결과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시급 상승은 대다수 국민의 빈정을 상하게 하고 정치의 불신을 초래하는 원인이 되어 일 년 내내 불안이 떠나지 않았다. 또한, 국정감사 내내 “존경하는 ○○○의원님”이라고 추켜 놓고 존경은커녕 서로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 난 괴수들처럼 으르릉거리며 대결하던 비인격적인 모습들이 부끄러웠고, 최소한의 인격도 존중할 줄 모르는 정치모리배들이 극단을 주장하면서 들끓는 거리를 나다니기가 무서울 정도였었다. 그런데 염치도 없는지 그런 그들이 조직을 재구성한답시고 헤쳐 모이고, 개혁과 혁신을 부르짖으며 호들갑 떠는 게 불안한 미래를 예고하는 것 같아 걱정스럽기 그지없다.

인간만사새옹지마라고 했다. 세상사 모든 일이 좋은 듯하면서도 괴롭고, 괴로운 듯하면서도 좋아질 수 있으며, 불행한 일인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면 행복한 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세월에 기웃거리더라도 집착하지 않아야 할 것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안전하기 때문이겠다. 예수께서 과거의 영화에 집착하며 살던 유대인의 기득권 세력인 바리새인들의 금식 요구를 단호히 거절하셨던 것은 이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생베 조각을 낡은 옷에 붙이는 자가 없듯이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어야 포도주와 부대를 다 보전할 수 있다고 하신 것이다(마태복음 9:14-17).

바쁜 듯 보내드린 해가 민망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 세월에 염치없이 집착하기보다 극복하는 지혜가 필요하겠다. 새 포도주를 새 부대에 넣어야 둘 다 보전할 수 있듯이 더 나은 한 해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는 염치를 알고 스스로 참신한 사람이 되어 사회 구석구석에 누룩이 되고 자양분이 되어야 하겠다.

강종권 구세군사관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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