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이용 1천만건 넘어… “몸이 열 개라도 부족”
경기도 보건교사들이 ‘독박 업무’로 학생들의 건강권이 사실상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는 가운데(본보 20일자 1면) 도내 학생들의 연간 보건실 이용건수가 1천만 건을 넘어서는 등 매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연간 보건실 이용건수는 2016년 1천231만 건, 2017년 1천242만 건, 2018년 1천298만 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1인당 보건실 이용건수도 연간 10.9건으로 집계됐다. 연천군은 학생 1인당 보건실 방문횟수가 무려 23.8건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안성시(17.6건) ▲여주시(16.4건) ▲이천시(16.3건) ▲포천시(15.1건) ▲용인시 처인구(15건) 순으로 많았다.
이처럼 보건실 이용학생이 급증한 것은 맞벌이 부부의 증가와 한 부모 및 다문화 가족 등 다양한 가족 형태로 인해 보건실에서 기본적인 건강관리를 받아야 하는 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학교 내 안전사고 증가, 약물 오남용, 자살 및 자해 증가, 신종플루ㆍ인플루엔자 등 집단 감염병 발생 등도 한몫하고 있다.
특히 최근엔 학교생활 중 인슐린 투약을 해야 하는 소아당뇨 학생만 도내 600명이 넘는 가운데 기도흡인·인공도뇨, 희귀성난치성질환 등 ‘요보호 학생’ 관리 학생도 증가하고 있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우울증, 분리불안장애 등으로 보건실을 찾는 청소년이 늘고 있어 보건교사는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상황이다.
도내 A중학교 보건교사는 “요즘엔 몸이 아파서 오는 학생보다 마음이 아파서 오는 학생들이 많은데 실질적으로 학생처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하다못해 현장학습 음주측정에 에어컨 청소까지 보건교사가 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넘쳐나는 학생을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호소하며 “보건실은 더이상 한가한 보건실이 아니고 보건교사는 의료인이자 교사이지 슈퍼맨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보건교사 B씨는 “언제, 갑자기 사고나 고소ㆍ고발에 휘말릴까 걱정하며 혼자 동동거리길 21년이나 했는데 남은 건 각종 질병과 공황장애, 우울증, 불면증”이라며 “혼자 1~2천 명의 과밀학급을 담당하는 것은 시한폭탄 들고 노동하는 것인데 현장에선 보건교사가 왜 아프냐는 말을 듣고 있다”고 토로했다.
천아영 경기도보건교사회 회장은 “학생 수와 상관없이 1명의 보건교사가 전교생을 관리하고 있는 가운데 많게는 하루에 200명 이상이 보건실을 찾는 학교도 수두룩해 점심시간에 보건실 앞에 줄 서 있는 아이들을 위해 보건교사들은 식사 시간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김대유 경기대학교 초빙교수는 “무상급식 이후 학교 무상의료교육에 대한 학부모와 학생의 요구가 분출하면서 체계적인 보건교육 및 건강관리 시스템이 절실해지고 있다”며 “시대 상황을 반영한 보건수업과 보건교사 확대배치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현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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