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 섬이 있다. 사람이 만든 섬이다. 수도권인데 철도가 끊겨 있고,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지역이 많은 도시, 바로 안성이다. 무료급식 사각지대에 있는 학생도 있다. 아직도 겨울에 차가운 도시락을 먹는다. 경기도에 사는 방송통신 중ㆍ고등학생 만학도 2천400명의 얘기다. 경기도 31개 시ㆍ군의 재정 상황은 천차만별이다. 복지사업은 한번 시작하면 중단하기 어려워 속앓이를 하는 기초단체가 있다. 보조금 비율을 조금 조정해주면 숨통이 트일 텐데 누군가의 역할이 필요하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비롯해 구도심의 주차문제 해결에 지역의 모든 정치인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지만 답을 찾기 어려운 시ㆍ군도 있다.
경기도의회 시ㆍ군 정책간담회가 ‘현장’에서 만난 숙제들이다. 경기도의회는 충청북도의회, 안성시, 화성시, 청주시, 진천군과 함께 수도권 내륙선 조성을 위해 힘을 모으며 안성의 교통여건 개선에 힘쓰고 있다. 경기도교육청과 협의해서 올해부터 만학도의 꿈을 학교급식으로 응원키로 했다. 시ㆍ군의 복지사업도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해 올해부터 아동복지시설 운영예산 지원의 도비 보조율을 10%에서 15%로 상향 조정키로 했다. 경기도 31개 시ㆍ군의 공영주차장 문제도 신속히 해결하는 방안을 함께 찾았다. 예를 들어 이천시 상가 공영주차장 건립이 지연되는 것을 경기도 지방재정 투자심사에서 조건부 승인하는 것으로 풀었다. 이렇듯 경기도의회 정책간담회는 정책공약을 기반으로 ‘현장’에서 값진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경기도의회 시ㆍ군 정책간담회의 시작은 지난 2018년 7월 제10대 도의회 개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기도의회 의장에 출마하면서 한글을 지켰던 주시경 선생의 별명을 인용해 의원들의 공약을 지키는 ‘송보따리’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취임하자마자 공약관리 TF(테스크포스)팀을 발족했고, 경기도 31개 시ㆍ군 현장에서 이뤄진 공약을 집대성했다. 모두 4천194건이었다. 공약을 분석해보니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 소관 공약이 40%였고, 나머지는 시ㆍ군 소관이었다. 도-도교육청 소관은 집행부에 정책제안과 간담회로, 시ㆍ군 소관은 시ㆍ군 정책간담회로 풀어나갔다.
의원들의 공약 중 다수 의원이 제안한 사항을 공통 정책공약으로 묶었다. 공약기반으로 43개의 정책을 발굴해 집행부와 정책간담회를 가졌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89개 사업 1조 9천842억 원을 정책과 예산으로 담았다.
지방자치 현장에서 광역의회 의원들의 공약이행률은 기초의회 의원들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공약의 대다수가 시장ㆍ군수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ㆍ군 정책간담회는 기초단체와 광역의회 간의 소통에 기여했고, 공약이 공약(空約)이 되지 않도록 장치적 역할도 했다.
지난 2018년 10월 17일 안성에서 시작해 지난해 말 화성을 마지막으로 31개 시ㆍ군 정책간담회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도의원 정책공약 1천194건이 포함된 1천427건의 간담회 안건과 111건의 시ㆍ군 건의사항을 지역 도의원과 시ㆍ군이 함께 논의했다. 실현된 정책 공약은 71건이고, 나머지 정책 공약과 논의 내용도 현재진행형이다. 광역의회 최초의 경기도의회 정책간담회는 ‘2019 지방의회 10대 우수사례’로 선정돼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새해에도 경기도의회는 31개 시ㆍ군과 소통하며 공존의 미래를 열어가겠다. 도민 행복의 열쇠는 민생 현장에 있다.
송한준 경기도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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