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표에는 당시 선조들의 슬픔, 기쁨, 그리고 그 사이 일어난 역사적 사건들이 담겨 있어 재야 사학자의 마음으로 수집하고 있습니다.”
김영길 세계우취연맹(FIP) 우정역사 심사위원(47)은 지난 25년간 수집해 온 우표를 보여주며 그 안에 담긴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설명했다. 12월4일은 ‘정보통신의 날’로 1884년 고종이 우정총국 개설을 명령한 날로서 근대적 체신사업의 창시일이다. 초기 명칭은 ‘체신의 날’로 매년 이 날마다 체신사업의 발전을 다짐하는 행사를 거행했다. 지난 1996년 5월 ‘정보통신의 날’로 명칭을 변경한게 현재에 이르렀다. 그런 가운데 정보통신의 날을 맞아 김 위원이 보여 준 지난 25년 간의 행보에 눈이 간다.
그는 지난 1995년 군 전역 후 취미로 시작한 우표수집을 하던 중 역사 공부를 병행하다 우리나라가 역사적으로 슬픈 나라라는 점을 깨닫게 됐다. 이 때문에 역사적 사명감을 갖고 젊은 세대에게 역사를 이해시키겠다는 생각으로 우표수집을 기반으로 관련 문헌과 사학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한 재야 사학자 역할을 해왔다. 대표적으로 지난 1905년 일한통신기관협정서 이후 발행된 우표가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해당 협정은 대한제국의 우편, 통신, 연락 체계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일본이 일방적으로 대한제국의 통신기관을 장악한 굴욕적인 조약이었다. 당시 우표에 찍히는 도장을 담당하던 우정국 관리들은 도장에 고종 황제의 연호인 광무(光武)를 사용해야 할 지 일왕의 연호인 명치(明治)로 써야할 지 고민했다.
마침 그때는 광무 9년으로 우편에는 “光武 九年”이라는 도장을 사용해야 했는데 관리들은 “九年”이라는 한자를 검은 먹으로 가린 후 光武만 사용했다.
일본의 눈치를 봐야하지만 마지막 남은 우리 민족의 자존심까지는 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우표를 통해 역사의 흐름을 알 수 있다는게 신기하면서도 그 당시 우리 민족의 아픔이 우표에 담겨 있다는게 찡하다”라며 “나중에는 우정역사 박물관을 설립해 이 같은 사실을 널리 알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글_권오탁기자 사진_김영길 FIP 우정역사 심사위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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