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 쉬운 경제이슈] 빅데이터와 금융

디지털 경제의 확산으로 우리 주변에는 규모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정보와 데이터가 생산되는 ‘빅데이터(Big Data)’ 환경이 도래했다. 빅데이터는 시각에 따라 다양한 정의가 가능하지만, 대용량(high volume)이고, 다양한 비정형 데이터(high variety)를 포함하고, 생성, 유통, 소비가 비교적 단기간에 발생(high velocity)하며, 기존의 방식으로는 관리, 분석이 어려운 데이터 집합으로 정의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문자, 비디오, 오디오, 이미지 등의 형태로 존재하는 수천 Terabyte 크기의 데이터가 몇 초에서 수 시간 내에 생성, 갱신되는 데이터를 통칭한다.

이처럼 다양하고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는 미래 경쟁력의 우위를 좌우하는 중요한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해서 의미 있는 정보를 찾아내는 시도는 꾸준히 존재해 왔지만, 현재의 빅데이터 환경은 데이터의 양은 물론 질과 다양성 측면에서 과거와 비교할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맥킨지(Mckinsey)는 빅데이터를 산업혁명 시기의 석탄처럼 IT와 스마트혁명 시기에 혁신과 경쟁력 강화, 생산성 향상을 위한 중요한 원천으로 강조한 바 있다.

특히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기관은 업무처리가 대부분 온라인 환경에서 이루어지고 있어 금융부문 데이터 유입과 축적의 규모는 여타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높은 편이다. 최근 정보기술과 금융이 결합한 핀테크 기반 금융서비스의 확산과 K뱅크, 카카오뱅크 등과 같은 새로운 금융 플랫폼의 등장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을 변화시켰을 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막대한 양으로 생산하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금융 빅데이터를 활용한 데이터 처리 및 분석기술이 발전하면서 데이터에 근거한 의사결정 또는 금융 관련 분야의 지식을 추출해 체계화하는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빅데이터 펀드매니저가 자산을 운용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를 들 수 있다. 로봇(Robot)과 투자전문가(Advisor)를 합성한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는 다양한 시장 변수에 맞는 종목과 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알고리즘을 통해 펀드 재산을 직접 운용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로보어드바이저 기술을 금융기관의 비용 절감 수단으로 이용하는 측면이 있지만, 향후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머신러닝 등의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개념의 금융상품 서비스가 점점 더 많이 출현하면 실질적인 활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빅데이터 환경이 심화됨에 따라 금융과 타 산업간 데이터 연계나 융합 확대 등으로 고객 맞춤형 상품과 같은 데이터에 기반한 새로운 금융서비스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출시될 것이다. 이때 은행, 증권 등 금융산업 분야에서 생성, 축적된 금융 빅데이터는 일반 빅데이터의 특성인 3V(volume, variety, velocity) 이외에 개인정보 보호와 국제 규약 준수(vulnerability)라는 추가적인 특성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도 함께 증가하여 안전한 데이터 활용을 위한 노력 또한 지속해야 할 것이다.

조영화 한국은행 경기본부 기획금융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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