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야(聖夜)로 물든 거리, 산타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앳된 꿈을 지켜주려는 듯 크고 작은 선물들을 손에 든 채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얼굴마다 행복이 서려 있다. 하지만, 이맘때면 늘 반복되던 그 풍경을 서글픈 눈으로 바라보는 아이가 있다. 이혼 후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하는 한 부모가정의 아이들이 바로 그들이다. 부모라 할지라도 돈 앞에서는 한없이 냉정해질 수 있다는 현실을 너무 일찍 알아버린 아이들이다.
부모가 이혼하면 응당 자녀의 양육권자로 지정된 자에게 양육비를 지급해야 한다. 이는 현행 양육비 제도가 실제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도모하기에 그 금액이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양육비 지급은 생존권 보장과 동일한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UN아동권리협약 역시 ‘모든 아동은 부모의 혼인상태와 무관하게 그 신체적·지적·정신적·사회적 발달에 적합한 생활수준을 누릴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하여 양육비 지급의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실제 양육비 지급률은 고작 3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의원이 양육비이행관리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3월부터 지난해까지 양육비 이행 확정 건수 1만1천535건 중 실제 이행된 것은 3천722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이혼재판을 통해 양육비 지급판결을 받았음에도 비양육자가 양육비를 주지 않는 것은 ‘양육비 지급’을 사인 간 채권채무로 보는 현행 법제도 때문이다. 더욱이 미지급된 양육비를 받기 위해 소송을 하더라도 밀린 이자는커녕 원금조차 대폭 삭감당한 형태로 조정되는 경우가 많고 이마저도 비양육자가 모른척하면 재차 소송이나 강제집행을 해야 하는 불합리가 이어진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더라도 비양육자가 타인 명의로 재산을 빼돌리는 등 악의적으로 회피할 경우 양육비를 받을 수 없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희망고문은 바로 이럴 때 쓰는 말이다.
이에 양육비를 국가가 대신 지급하고 나중에 양육비를 회수하는 국가대급제제도의 도입부터 양육비 미지급자 신상 공개와 출국 금지, 운전면허 제한까지 양육비 이행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관련법안이 속속 국회에서 발의되고 있지만, 법무부와 경찰청 등 부처 간 이견으로 아직 계류 중에 있다.
이렇듯 국가가 양육비 문제 해결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상황에서 최근 ‘배드파더스’라는 단체가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을 온라인에 공개하는 방식으로 최근 1년 동안 100건이 넘는 양육비 문제를 해결했다고 하니 참 웃픈 현실이다. 이에 신상공개가 된 일부 사람들이 배드파더스 운영자를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였고, 현재 국민참여재판이 진행 중에 있다. 과연 개인의 명예와 아동의 생존권 중 어디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할지 법원의 판단이 기다려진다. 그럼에도, 배드파더스가 양육비 문제를 사회의 중심의제로 만들고, 이에 대한 법제도의 허술함을 지적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 대부분은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배드파더스는 양육비 문제에 무관심한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필요악이다. 어쩌면 배드파더스의 존재가 필요없어지는 날이야말로, 모든 아이들이 양육비가 아닌 산타를 기다리는 모두의 성탄이 될 것이다.
이승기 대표변호사(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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