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이제 새를 품었으니

우리의 삶도 ‘의젓한 축구공’ 같았으면

이제 새를 품었으니

                         - 김현숙

구멍 나고

찌그러진 축구공

소나무 가지에 걸렸다

이리 뛰고

저리 뛰더니

콩닥거리는 심장을 품은

새집이 되었다

이제 새를 품었으니

맘대로 뛰어 놀 수도 없겠다

저렇게 의젓해 보긴

처음일 거야

 

어쩌다가 축구공이 소나무 가지에 걸렸을까. 구멍이 나서 찌그러지다 보니 아이들이 멀리 버린다는 게 소나무 가지에 걸린 걸까? 아니면, 구멍 난 축구공을 이리저리 차다가 냅다 찬다는 게 공중으로 날아가서 소나무 가지에 걸린 걸까?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암튼 축구공이 소나무 가지에 걸린 것만은 확실하다. 그런데 구멍 난 축구공이 새집이 될 줄이야! ‘이리 뛰고저리 뛰더니콩닥거리는 심장을 품은새집이 되었다’. 시인의 눈은 참 놀랍다! 아니 매섭다! 축구공을 새집으로 둔갑시켰다. 그것도 ‘콩닥거리는 심장을 품은’ 새집으로. 이제 새들은 이 집에서 잠자고 놀고 알을 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축구공은 제 할 일을 다 하고도 남은 생(生)을 덤으로 보내고 있는 것. 몸이 빵빵했을 땐 아이들에게 더없는 즐거움을 줬을 것이고, 바람이 빠져서는 새들의 보금자리로 사랑을 받으니 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우리네 삶도 저런 ‘축구공’ 삶이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다. 젊었을 땐 자신의 땀과 열정을 있는 대로 다 쏟아 붓고 노후엔 봉사로 따뜻한 시간을 보낸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렇게 의젓해 보긴처음일 거야’. 우리 모두 의젓한 축구공처럼 의젓한 인생이기를!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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